TCEW Tutor Chung’s English World

TCEW(Tutor Chung's English World)에서 출간한 교재를 소개합니다. Tutor Chung's Vocabulary를 공부하면서 막힘 없는 수능 영어 독해Tutor Chung's Reading Practice 1/2/3/4 순서로 공부하면 가장 좋습니다.

미국 역사 -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세상에는 수 많은 책이 있고, 그 많은 책이 나름대로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처음으로 진지하게 영어로 책을 읽는 학생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도 무궁무진(無窮無盡)하고, 그 책 모두가 훌륭한 책일 것입니다. 사실 “세 명이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라는 공자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배움이란 언제나 애써 구하고 찾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너무도 당연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책은 애써 구하고 찾는 사람에게 반드시 배움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훌륭하고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 많은 책 중에서 저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영어로 책을 읽는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역시 Howard Zinn 교수님(1922~2010)의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1492-Present (New York: Harper Collins)입니다. Noam Chomsky 교수님과 더불어 미국의 대표적인 양심적인 지성이자 이론과 괴리되지 않은 실천의 표상인 Howard Zinn 교수님의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미국 역사의 또 다른 측면을 제시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얼마 전 Donald Trump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자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경악에 빠져 어쩔 줄 모르고 있습니다. 한 세기 넘게 지속된 “미국에 의한 평화(Pax Americana)”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Trump의 당선이 미국이 이제 서서히 몰락해가는 징조로 여겨질 만큼 놀라운 사건입니다. 물론 2001년 9•11 테러(September 11 attacks)를 미국의 패권(American hegemony)이 무너지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적어도 Trump의 당선 이전까지는 미국이 다시 재기할 것이라는 다소 희망적인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미국의 몰락을 좀 더 크게 세계사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유럽과 북미를 아우르는 유럽 문명권, 즉 서양의 몰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결정(Brexit)으로 유럽 연합(European Union)이 휘청거리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퇴행적인 모습들은 서양의 몰락을 운운하는 것이 지나친 과장이라고 무시하기 어렵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이 유념해야 할 점은 미국의 몰락이 서양의 몰락이라면, 결국 미국의 융성이 바로 서양의 융성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1765년에서 1785년까지 이어진 미국 독립 혁명(American Revolution)은 당시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횃불이었고, 인류 역사의 진보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근대적 공화국(modern republic)인 미국은 자유의 상징이었고, 17~18세기 유럽의 지식인들이 고안한 이성중심주의(rationalism)와 계몽주의(enlightenment)의 현실적 구현체였습니다. 구한말 이래 한반도의 많은 선각자들이 미국에 열광하고, 최근까지 그렇게 많은 우리나라의 인재들이 미국 유학의 장도에 오른 것 역시 미국이 상징하는 이러한 근대성(modernity)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민주주의(democracy)와 자본주의(capitalism)를 바탕으로 미국은 20세기 내내 놀라운 문명의 성취를 이루었고, 이로 인해 전세계의 존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여전히 패권국으로 전세계에 위용을 과시하고 있던 1980년에 처음 출판된 Howard Zinn 교수님의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1492-Present 는 역설적으로 미국이 스스로 몰락을 재촉한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자신의 존립 기반인 자유와 이성과 계몽을 무너뜨리고, 전세계 인류의 기대와 희망을 배신한 역사를 냉철하게 인식하여 글로 쓴 것입니다.

결국 오늘날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모든 사태는 미국이 건국 이래 저지른 과오와 죄악의 역사에서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위대한 꿈을 꾸었지만, 그 위대한 꿈을 스스로 버린 미국의 역사는 참으로 많은 점을 곱씹게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저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비극처럼 읽었습니다. Howard Zinn 교수님이 역사가이자 사회 활동가였을 뿐만 아니라, 극작가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리 무리한 말도 아닐 것입니다.

2010년 Howard Zinn 교수님께서 돌아가신 뒤 미국 역사는 물론 세계의 역사가 또 다시 바뀌려 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올바른 진보는 탁월한 1%의 기발한 창의가 아니라 99%를 차지하는 민중의 각성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룰 수 있다는 Howard Zinn 교수님의 신념과는 반대로 많은 미국 국민은 오만하고 편협하고 왜곡된 “미국의 꿈(American dream)”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오늘 다시 이 책을 읽는 것은 앞으로 전개될 세계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체로 영국과 북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아우르는 영어사용권에서 출판되는 책 중에서 가장 읽을 만한 분야는 자서전(autobiography)과 역사(history)와 과학(science)입니다. 다른 분야, 예컨대 철학(philosophy)이나 문학(literature)이나 종교(religion) 같은 분야에서는 프랑스나 독일에서 출판되는 책들이 대체로 좀 더 읽을 만하지만, 유독 역사와 자서전과 과학 분야에서는 영미권에서 출판되는 책이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특히 역사 분야의 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과학 등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현상을 다루기 때문에 사용하는 어휘의 폭이 가장 넓고, 역사의 대중화가 많이 이루어진 영미권에서 출판되는 책들은 웬만한 문학서적보다도 문장 수준이 높습니다. 특히 Howard Zinn 교수님의 문장은 더 이상 쉽고 친절할 수 없을 만큼 간결하고 정확합니다. 아울러 정확하게 사료를 파악하여 사태의 진면목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학생들이 단순히 미국 역사에 대한 지식 이상의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책에서 Howard Zinn 교수님은 미국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 – 기존의 역사책에서 중시되었던 엘리트뿐만 아니라 기존의 역사책에서 무시되고 소외되었던 민초까지 – 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지니는 커다란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이 책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그 인용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조금만 참고 그 과정을 즐기면 반드시 엄청난 실력의 향상을 이룰 것입니다. 부디 인내심을 가지고 부지런히 사전을 찾아 읽기 바랍니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하드커버로 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냥 페이퍼백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2005년판이 최신판이기는 하지만, 꼭 최신판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구판이 집에 있는 학생들은 구판을 읽어도 내용에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2001년판부터는 내용의 변경이 거의 없고, 2001년판 이전의 판본을 가지고 있더라도 마지막 장만 복사하여 읽으면 최신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이라는 영화를 본 학생이라면 아래의 대화를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Will: “A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Volume I.” If you want to read a real history book, read Howard Zinn’s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That book will knock you on your ass.
Sean: How about Noam Chomsky’s “Manufacturing Consent?”
Will: You people baffle me. You spend all this money on beautiful, fancy books–and they’re the wrong fuckin’ books.
Sean: You think so?
Will: Whatever blows your hair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