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EW Tutor Chung’s English World

TCEW(Tutor Chung's English World)에서 출간한 교재를 소개합니다. Tutor Chung's Vocabulary를 공부하면서 막힘 없는 수능 영어 독해와 Tutor Chung's Reading Practice 1/2/3/4 순서로 공부하면 가장 좋습니다.

AP 역사 과목 접근법

제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자주 공부하는 텍스트 중의 하나가 동아시아 각국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과거를 현재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어떻게 달리 해석하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에세이입니다. 이 에세이는 현재 서구 역사학계의 추세에 맞추어 국가 사이의 거대사(big history) 못지 않게 역사의 흐름을 겪어내는 개인을 탐구하는 미시사(micro-history)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역사를 공부할 때는 고대사나 중세사나 근대사보다는 현대사를 먼저 공부하는 것이, 그리고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여기 지금의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좀 더 효율적입니다. 현재로 이어지는 모든 과거는 역사의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역사가 단순한 과거 사실의 나열이나 집약체는 아닙니다.

“모든 역사는 동시대의 역사이다(All history is contemporary history)”라는 이탈리아의 역사가 베네데토 크로체(Benedeto Croce)의 말처럼 과거 사실이 그대로 박제되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역사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현재의 관심과 고민 때문에 과거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면서 성립합니다. 서구 문명권 최초의 역사가인 헤로도토스(Herodotus)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합하여 당시 가장 선진적인 대제국이었던 페르시아의 침공을 막아낸 페르시아 전쟁(Persian War)을 페르시아의 독재(despotism)에 맞서 그리스의 자유(liberty)가 승리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만들고 규정하는 보이지 않은 틀이기도 합니다. 헤로도토스의 자유와 독재라는 해석 구도는 그 뒤로 거의 모든 주요 전쟁을 이해하는 틀이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민주주의(democracy)와 파시즘(fascism)의 대결로 이해하는 것도 헤로도토스에 따른 것이고,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헤로도토스에 따라 권위주의(authoritarianism)와 신생 민주주의(would-be democracy)의 대결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서구 문명권에서 두 번째로 등장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헤로도토스보다 더욱 중요한 역사가인 투퀴디데스(Thucydides)는 아테네가 이끄는 델로스 동맹(Delian League)과 스파르타와 코린토스를 중심으로 하는 펠로폰네소스 동맹(Peloponnesian League) 사이의 전쟁을 자신의 역사적 탐구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를 포함한 모든 인간 공동체의 명운은 전쟁에 달려 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권력과 재물과 노예와 영광을 얻을 수 있지만, 전쟁에서 패배하면 남자는 모두 살해당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가 되는 운명을 맞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이 명치유신(明治維新, Meiji Restoration)을 통해 추구했던 부국강병(富國强兵, rich country and strong army) 역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었고, 현재 중국이 추구하는 중국몽(中國夢, Chinese Dream) 역시 민족주의(nationalism)와 경제 성장(economic growth)과 군사력(military strength)을 결합하여 장차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수 많은 신화와 전설과 민담이 기록되어 있어서 무척 재미있고, 이런 허구적인 신화와 전설과 민담이 의외로 감추어진 역사적 진실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투퀴디데스의 역사는 현실정치(Realpolitik)의 냉정함과 가혹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에게 해 남쪽에 있는 멜로스 섬을 초토화시키기 전에 아테네 사절들이 멜로스 시민들에게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받아들인다(The strong do what they can and the weak suffer what they must)”라고 말했다고 투퀴디데스는 기록했습니다. 이 말은 투퀴디데스의 현실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영국의 계몽사상가인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젊은 시절 투퀴디데스의 역사를 그리스어에서 영어로 번역했고, 지금까지도 최고의 투퀴디데스 영역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homo homini lupus)”라는 홉스의 세계관은 투퀴디데스의 현실 인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입니다.

투퀴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Peloponnesian War)이 기존의 강대국인 스파르타가 새롭게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아테네를 질투하고 시기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이해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역사는 현재를 만들고 규정합니다. 하버드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그래햄 앨리슨(Graham Allison)은 투퀴디데스의 인식을 이어받아 기존의 강대국인 미국은 새롭게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용납하지 못하고, 중국 역시 미국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예견합니다. 2017년 출판된 “예정된 전쟁: 미국과 중국(Destined for War: America and China)”라는 책에서 앨리슨은 기존의 패권국이 새롭게 등장하는 강대국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전쟁이 발생한다는 “투퀴디데스 함정(Thucydides’s Trap)”이라는 분석의 틀을 제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정치가들 모두가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갈 무렵 티투스 리비우스(Titus Livius, 영어권에서는 보통 “리비(Livy)”라고 알려져 있습니다)는 로마라는 조그만 시골 마을이 어떻게 지중해 세계 전체를 장악하게 되었는가라는 현재의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도시의 건립으로부터(Ab Urbe Condita, From the Founding of the City)”라는 방대한 역사책을 썼습니다. 리비우스가 제시한 인식의 틀이 바로 “로마에 의한 평화(Pax Romana)”입니다. 인근 마을을 통합하고, 이탈리아 반도를 장악하고, 나아가 카르타고와의 전쟁을 통해 지중해 세계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로마는 끊임없이 전쟁을 치렀습니다. 로마의 역사는 전쟁과 살육과 피의 역사였습니다.

카르타고를 제압하고 지중해를 로마의 내해(mare internum) 혹은 우리의 바다(mare nostrum)로 만들었지만, 정복 전쟁을 통해 로마로 쏟아진 재화와 노예는 로마 사회의 근간인 자영농의 몰락과 엄청난 빈부격차를 가져왔습니다. 로마 군대의 핵심은 자신의 돈으로 무장을 해서 전쟁에 참여하는 시민병(citizen-soldier)이었고, 시민병의 핵심은 자영농이었습니다. 로마의 전쟁이 인근 지역이나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지중해 세계로 확대되면서, 로마와 이탈리아 각지의 자영농은 잦은 전쟁과 긴 원정 때문에 농사에 전념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점점 더 빈곤해져서 농지를 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복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더욱 부유해진 로마의 귀족인 원로원 계급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영농의 농지를 매수했고, 정복 전쟁을 통해 로마로 유입된 노예를 이용하여 대농장(latifundium)을 경영했습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엄청난 부를 축적한 로마의 원로원 계급과 이탈리아 각지에서 로마로 모여든 몰락한 자영농이 한데 뒤섞인 로마는 항상 불안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원로원 계급의 이익을 조금도 놓치지 않으려는 정치가들(optimates)과 평민과 도시 빈민의 불만을 이용하여 정권을 차지하려는 정치가들(populares)이 대립하면서 로마는 언제 내란이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술라와 카이사르를 거쳐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가 마침내 내전에서 승리하고 마지막 원로원 일인자(Princeps Senatus)이자 최초의 황제가 되면서 로마는 물론 지중해 전역에 평화를 가져왔다는 것이 리비우스의 해석입니다. 실제로 아우구스투스 이후 200년간 지중해 세계 전체가 평화를 누렸습니다.

리비우스의 해석은 그 뒤로 몽골 제국이 건립되는 과정에서 수 많은 전쟁과 살육이 자행되었지만, 몽골 제국의 성립된 이후에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 평화와 교역이 찾아왔고, 몽골 제국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화(globalization)의 원형(prototype)이라는 “몽골에 의한 평화(Pax Mongloica)”로 이어집니다. 그 뒤로는 “영국에 의한 평화(Pax Britannica)”와 “미국에 의한 평화(Pax Americana)”로 이어지고, 지금은 중국 역시 다시 한번 “중국에 의한 평화(Pax Sinica)”를 꿈꾸고 있습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고, 여기 지금의 관심과 고민을 바탕으로 현재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아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인과관계(causality)를 재구성하는 작업입니다. 역사는 실험이 불가능한 사회과학에 현실적인 사례를 제공하는 검증의 장이자 새로운 발상을 제공하는 사회과학의 원천이지만, 언제든지 지금 여기의 관심과 고민에 따라 왜곡될 수 있는 취약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역사는 다양하게 변주된 과거의 끊임없는 반복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역사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외부 조건은 엄청나게 변했지만, 정작 인간의 본래 모습을 규정하는 내부 조건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이 AP Calculus BC, AP Statistics, AP Chemistry, AP Biology는 물론이고, AP World History: Modern, AP US History, AP English Language and Composition, AP English Literature and Composition까지 모두 공부하여 5점 만점을 받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저와 함께 공부하여 미국의 명문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SAT 1570~1600점의 성적과 함께 가장 어려운 AP 8과목에서 5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굉장히 힘들지만, 예전과 달리 요즘은 미국 명문 대학 입학허가서의 거의 필수조건이 되어버렸습니다. John Locke Essay Competition을 비롯한 여러 에세이 경시대회의 논제 역시 주로 역사와 사회과학과 언어와 문학 분야에서 제시되기 때문에, 이쪽 분야의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지루하고 어렵더라도, 수학과 과학 공부만큼 역사와 언어와 문학 공부에도 신경 쓰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