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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실력 점검을 위한 세가지 체크 포인트

현재 자체 필기시험을 치르는 성균관대(서류심사와 병행), 경희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세종대, 숭실대, 성신여대, 카톨릭대, 인하대에서 요구하는 특례영어시험의 수준은 어쩔 수 없이 각 학교 별로 차이가 납니다. 각 학교별 영어시험의 수준 차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말씀 드리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영어 공부의 방법에 대해서 말씀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사실 특례영어든 수능영어든, 혹은 TOEFL이든 SAT든 상관없이 모든 영어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영어 실력의 기준은 대체로 특례시험에서는 최초합격을 할 수 있는 수준이고, 수능에서는 1등급이고, TOEFL에서는 116점 이상이고, New SAT에서는 1500점 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본적인 영어 실력이 제가 진행하는 모든 영어 수업의 일차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생 스스로가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이 선결조건이지만, 현재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체크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체크 포인트는 어휘(vocabulary) 입니다. 서울대와 연고대가 모두 자체 필기시험을 치르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특례입시에 응시하는 학생들 중 영어를 모어(mother tongue) 수준으로 구사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습니다.

영어를 일상어 내지는 공용어로 사용하지 않은 지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학생들의 영어 실력에서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 바로 어휘 실력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특례입시 응시생들이 어휘 실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휘 공부를 많이 한 학생들은 특례영어시험의 앞부분에 나오는 동의어 찾기와 빈 칸 넣기의 정답을 빠른 시간에 고를 수 있습니다.

결국 어휘 공부를 많이 한 학생들은 많게는 20문제에서 적게는 5문제를 재빨리 풀고 남은 시간을 문법 문제와 독해 문제에 할애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법과 독해 문제 역시 정답을 맞출 수 있는지의 여부는 절반 이상이 어휘 실력이 좌우합니다. 사실 이런 공리적인 이유 말고도 외국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어휘를 얼마만큼 공부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데, 이는 학생이 어느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체로 한국외대 이상의 대학에서는 여전히 SAT 수준의 어휘 실력을 확보해야 하고, 건국대 이하의 대학에서는 TOEFL 수준이나 수능 수준의 어휘 실력이면 충분합니다. 물론 실제로 한 학생이 6개의 대학까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4~6군데 대학의 최초합격을 독점하는 경우가 많지만, 추가합격까지 고려할 경우 대체로 이 정도 수준입니다.

제가 진행하는 영어 수업에서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SAT/GRE 어휘집을 암기하도록 강요합니다. 우선 미국의 대학입학시험인 SAT와 미국의 대학원입학시험인 GRE는 문제 유형은 다르지만, 어휘 수준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둘째로 SAT 수준의 어휘를 일상적으로 접한 학생들은 실제로 SAT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있고, 갈수록 특례입시가 서류전형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는 SAT 성적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어휘를 암기할 때 가장 안 좋은 방식이 “retrieve = 회수하다”는 식으로 영어 단어와 우리말 뜻을 기계적으로 대입하여 암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단어 공부는 얼핏 보기에는 무척 효율적인 것 같지만, 사실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영어 단어 “retrieve”는 “되찾다(get again)”는 의미 말고도, “수습하다, 개선하다(improve),” “보상하다(atone for),” ”검색하다(search for)“ 등 수 없이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 특례영어시험에서는 문장 중에 사용된 단어의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면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이 나옵니다. 그 단어에 분명히 그런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문제에서 요구하는 의미는 그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인 문제가 결국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어휘를 암기할 때는 항상 예문과 함께, 혹은 다양한 영어 지문을 많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어휘를 확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제한된 시간 때문에 다양한 영어 지문을 많이 읽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어 어휘를 암기할 때는 반드시 사전을 사용해서 그 단어의 가장 중요한 의미와 다른 파생적인 의미를 함께 외우고, 예문을 통해 단어의 쓰임새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처음에는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우회로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두 번째 체크 포인트는 흔히 문법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하게 문법이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의 문장구조(sentence structure), 혹은 작문(composition) 에 충분히 익숙한가를 따져 봐야 합니다. 각 대학의 특례영어시험에서 문법 문제는 많게는 10문제에서 적게는 5문제까지 출제되는데, 실제로 문법 문제의 정답을 맞추려면 단순히 영문법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시 말해서 “to 부정사”나 “동명사”나 “분사구문”이나 “가산명사”나 “불가산명사” 같은 영문법에서 사용하는 곁가지 지식이 아니라, 실제 영어라는 언어가 어떤 규칙하에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가장 쉬운 사례로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의 관계나, 주어나 목적어나 보어로 사용되는 명사를 꾸며주는 형용사 어구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문법 문제나 독해 문제 모두에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개별적인 문장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영어 실력의 밑바탕입니다. 이렇게 개별적인 문장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영어 문장을 지을 수 있는 능력과 동일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정확하게 영어라는 언어의 문장구조를 이해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려면, 지금 학생들이 읽고 있는 문장을 영어로 작문해보면 됩니다. 표현의 우수함을 떠나 자신이 의미하는 바를 영어라는 언어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일단 문장구조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물론 다양한 어휘와 풍부한 표현을 위한 연구는 게을리할 수 없겠지요. 흔히 숙어(idiom)라고 말하는 관용적 표현이나 William Shakespeare를 비롯한 수 많은 영미 작가들이 이루어 놓은 풍부한 표현은 평생을 두고 연마해야 할 부분입니다.

사실 문법 규칙은 아무 문법책이나 붙잡고 한번만 정독을 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문장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치 바이올린을 처음 배울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왼손으로 정확한 음정을 맞추고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활을 써서 좋은 소리를 만들기가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고 정성을 쏟다 보면 조금씩 소리의 질이 좋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바이올린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좀 더 빨리, 그렇지 못한 사람은 좀 더 늦게 바이올린이란 악기의 원래 소리를 찾지만, 바이올린을 잡은 지 10년 정도가 되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영어는 바이올린보다 훨씬 쉽습니다. 특례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 대체로 만 15세가 넘어 자기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1년 정도만 꾸준히 노력하면 영어의 문장구조를 장악하여 정확한 작문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1년 정도의 노력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1년 정도의 노력으로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쌓고 또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면 결코 노력에 비해 적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영어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세 번째 체크 포인트는 배경지식(background knowledge) 입니다. 독해는 물론이고 문법 문제나 어휘 문제에 등장하는 아주 간단한 영어 문장 하나를 읽을 때도 그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면 문장의 이해가 수월할 수 밖에 없고, 문장이 수월하게 이해되면 독해는 물론이고 문법이나 어휘 문제도 쉽게 풀리게 마련입니다. 또한 특례영어시험 자체가 단순히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점검하는 차원을 넘어 응시생들이 중등교육(secondary education)을 제대로 이수하여 고등교육(higher education)을 받을 수 있는 자질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배경지식 자체가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배경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문제는 배경지식을 늘리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일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정답은 인문학(문학, 역사, 철학), 사회과학(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자연과학(물리학, 화학, 생물학), 예술 분야의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가 될 것입니다. 사실 New SAT 역시 ACT처럼 문학(주로 소설), 인문학/여성주의(feminism), 사회과학, 자연과학, 미국 역사 초창기 작품의 다섯 가지 주제로 독해 지문을 구성하기 때문에 다양한 독서를 통해 깊고 넓은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특례입시를 준비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교과서는 물론이고 영어 소설책 한 권도 제대로 읽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러한 정답은 단지 정답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에 대한 저 개인적인 해결책은 학생들에게 The Economist 와 같은 영미권의 시사잡지에서 발췌한 기사를 읽히는 것입니다. 실제로 특례영어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The Economist, Time, Newsweek, New York Times 등에서 기사의 일부분을 발췌한 뒤 빈 칸을 만들어 놓고보기 중에서 가장 적합한 어휘나 구문을 고르라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를 풀려면 단순히 영어 실력을 넘어 그 분야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하고, 또 시사(current issues)에 대한 감각도 필요합니다. 결국 특례입시를 준비하는 1년 동안만이라도 꾸준히 영미권의 시사잡지를 읽는 것이 독해 실력과 더불어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는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법입니다. Tutor Chung’s English World 에서 “시사 잡지 읽기” 라는 코너를 따로 마련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수 많은 특례 입시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특례입시가 변화하는 과정을 쭉 지켜보았습니다. 예전에는 함께 공부하던 학생들 중 절반은 서울대에 나머지 절반은 연세대나 고려대에 진학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특례 자격이 되는 학생들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에 특례학원이 한 곳에 불과했고, 또 그만큼 경쟁이 심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서울대나 연세대나 고려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위의 영어 실력 점검을 위한 세가지 체크 포인트에서 나쁜 평가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 뒤 특례 자격이 되는 학생들이 조금씩 증가했고, 특히 중국과 국교를 맺으면서 특례입시의 경쟁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재외국민전형은 수시전형이나 정시전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낮아 쉬운 전형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외국민전형에서도 재수생이 점점 늘고 있는 까닭은 다른 무엇보다 학생들이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쌓는 것을 게을리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위에서 언급한 영어 실력 점검을 위한 세가지 체크 포인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학생들은 아직도 비교적 손쉽게 최초합격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쌓기 위한 세 기둥 중 어느 하나도 소홀하지 말고, 꾸준히 준비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