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와 재외국민 특별전형
14 Nov 2016재외국민 특별전형, 혹은 특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반드시 SAT를 공부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특례입시를 준비하는데 왜 SAT를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계셔서 이번 글에서는 특례입시와 SAT의 관계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서울대는 12년 특례만을 실시하고, 연세대와 고려대와 서강대는 3년 특례 자격이 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류전형으로 선발하고, 성균관대와 중앙대는 서류전형과 자체 필기시험 성적을 합산하여 학생을 선발합니다. 물론 경희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국민대, 숭실대, 인하대 등은 여전히 필기시험을 실시하지만, 재외국민특별전형이 기존의 필기시험에서 서류전형으로 바뀌는 추세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서류전형을 실시할 때, 각 대학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역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TOEFL과 SAT 성적입니다. 물론 TOEFL 성적이 116점을 넘는다면 TOEFL 성적 역시 영어 실력을 증명하는 자료로 제출할 수 있지만, TOEFL 110점은 그냥 지원 자격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TOEFL iBT 120점 만점을 받는다고 해도 연세대나 고려대나 서강대는 물론 성균관대에서도 최초합격을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결국 SAT 성적이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물론 전반적인 학업 성취를 검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료로 활용됩니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도 TOEFL(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이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미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이 있는가를 검증하는 시험이라면, SAT(Scholastic Aptitude Test)는 미국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반드시 보아야만 하는 일종의 “모국어” 시험이기 때문에 그 수준이 TOEFL과 비교될 수가 없습니다.
결국 New SAT 1600점 만점에 1550점이 넘는다면 연세대나 고려대에, 1500점 이상이라면 서강대나 성균관대에 지원하여 합격을 바라볼 수 있는 수준이 됩니다. 물론 SAT 이외에 학업 성적(GPA)과 AP(Advanced Placement)나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me 성적이 필요하지만, 일단은 SAT가 가장 중요한 시험입니다. AP나 IB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말씀 드리기로 하고 이번 글에서는 SAT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우선 SAT가 대단히 어려운 시험이라는 고정관념(stereotype)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학생들 사이에서 SAT가 굉장히 우수한 영어 실력이 있어야만 도전할 수 있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벽이라는 전설이 유행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수능 영어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TOEFL에서도 116점이상을 받을 수 있고, 마찬가지로 New SAT에서도 1500점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많은 학생들이 수능 영어와 TOEFL과 SAT는 그 수준이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물론 이 세 시험은 그 수준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 수준은 어휘 수준과 시간당 읽어야 할 영어 지문의 분량이지 영어 실력 자체가 아닙니다. 앞서 “영어 실력 점검을 위한 세가지 체크 포인트”라는 글에서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1) 어휘(vocabulary) (2) 문장구조(sentence structure) 혹은 작문(composition) (3) 배경지식(background knowledge)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그 중에서 수능 영어, TOEFL, SAT를 막론하고 (2) 문장구조 혹은 작문은 반드시 장악을 해야만 일정 수준(1등급, 116점, 1500점)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문장을 문장구조에 따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고, 또 그 문장을 정확하게 작문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영어 실력의 기초입니다. 한 문장을 올바르게 해석했다면 바로 책을 덮고 그 문장을 영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책을 덮고 그 문장이 곧바로 영어로 나오지 않으면 자신의 해석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The scale of human effort necessary for controlling the river’s waters required that the labor of the majority of the people be directed by some sort of managerial elite.”라는 문장을 읽고 “강물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모의 인간 노력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다수의 인간 노동을 통제하는 일종의 관리자 역할을 하는 엘리트가 필요했다.”라고 해석했다면, 다시 위의 영어 문장을 그대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해석을 했는데도 영어 문장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1) 문장 전체의 동사(required)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2) “be directed”가 사실은 “should be directed”인데 “should”를 생략했다는 것을 모르거나 (3) “necessary for doing”이나 “the majority of ~”나 “some sort of ~” 같은 관용적 표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문장의 의미를 문장구조에 따라 파악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단어의 나열로 파악했을 때 잘못된 해석이 나오고, 잘못된 해석을 바탕으로 다시 영작을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문장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으면, 복잡한 문장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문장구조에 따라 영어 문장을 해석하고, 해석한 의미에 따라 다시 작문할 수 있는 능력은 수능 영어, TOEFL, SAT를 막론하고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영어실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수능 영어 공부를 통해서도, TOEFL 공부를 통해서도, SAT 공부를 통해서도 쌓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능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은 3개월 정도만 열심히 공부하면 적어도 TOEFL Reading Section과 Listening Section에서 각각 29점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TOEFL Reading Section과 Listening Section에서 각각 29점 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6개월 정도만 열심히 공부하면 New SAT 1500점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수능 영어와 TOEFL과 SAT의 차이는 어휘와 배경 지식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SAT를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능 영어에서 만점을 받는다고 해서 TOEFL 만점을 받을 수는 없고, TOEFL 만점을 받는다고 SAT 만점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역은 언제나 성립합니다. SAT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항상 TOEFL과 수능 영어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성균관대와 경희대와 한국외대와 이화여대 등에서 실시하는 필기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특례입시생이 SAT를 공부하는 이유는 (1)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특례 서류전형에 대비하고 (2) 여전히 필답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의 영어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어휘와 배경 지식을 제외하고는 SAT가 수능 영어나 TOEFL에 비해 크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어휘나 배경 지식은 적어도 한국외대나 숙명여대 이상의 대학에 진학해야겠다고 다짐한 학생이라면 반드시 SAT 수준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물론 건국대 이하의 대학에서는 SAT 수준의 어휘와 배경 지식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학생이 6개 대학까지 지원할 수 있는 현재의 입시 제도에서는 한국외대 이상의 대학을 합격한 학생들이 건국대 이하의 대학까지 합격을 독식하는 현상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국대 이하의 대학에 지원한다고 해도 SAT를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은 결국 SAT를 공부한 학생들에 밀려 추가합격을 기다리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추가합격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결국 재수를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수능 영어를 공부하든 TOEFL을 공부하든 SAT를 공부하든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영어의 문장구조 혹은 작문을 마스터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다만 다른 점은 어휘와 배경지식의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서류전형까지 대비할 수 있는 SAT를 공부하면서 어휘와 문장구조와 배경 지식 모두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이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SAT는 절대로 어렵지 않습니다. 수능 영어처럼 함정을 파거나 꼬아내는 법이 없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어휘력을 확보하여 재빨리 영어 지문을 읽을 수 있으면 항상 일정 수준, 적어도 New SAT 1500점 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휘와 배경 지식을 확충하면서 영어 독해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The Economist 같은 시사 잡지를 꾸준히 읽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2005년 이전에는 서울대와 연세대와 고려대가 모두 자체적으로 영어, 국어, 수학 필기시험을 출제하여 특례입시를 실시했습니다. 물론 서울대는 고등학교 2년 과정을 포함한 5년 특례였고, 연세대와 고려대는 고등학교 1년 과정을 포함한 3년 특례였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국어와 수학은 그 수준이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영어는 그 때가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서울대나 연세대나 고려대 모두 SAT 수준을 훨씬 넘는 문제를 출제하였고, 특히 서울대와 연세대는 GRE 형식의 문제를 많이 출제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특례입시를 준비하던 학생들은 SAT는 물론 GRE까지 공부해야 했지만, 당시에는 북미나 유럽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다들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이런 SAT와 GRE를 바탕으로 한 특례영어의 전통이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2015학년도 경희대 재외국민 특별전형 영어 시험에서 여전히 GRE 문제집의 지문을 활용한 문제가 출제될 정도로 아직도 각 대학에서는 그 시절 영어 시험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SAT를 공부할 것을 당부합니다. 특히 학원가에서 SAT가 어렵기 때문에 특별한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많은 경우 수강료 문제 때문이지 결코 SAT 자체가 특별한 접근 방법이 필요할 만큼 어렵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SAT 어휘집을 열심히 암기하면서 The Economist 같은 시사 잡지를 꾸준히 읽으면 SAT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수월하게 New SAT 1500점을 넘어서 1600점 만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오늘부터 열심히 공부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