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잡지 읽으면서 영어 실력 키우기
22 Nov 2016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면 교재나 자료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대학에 다니면서 공부를 해도 마땅히 읽을 만한 영어 책이나 영어 논문이 흔치 않았습니다.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원서(原書)라는 거창한 말로 영어로 쓰여진 책을 가리킬 때도 있었습니다. 그 때는 한국인의 전반적인 영어 실력 자체가 미약했고,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도 약 먹듯이 영어로 쓰여진 책을 읽었던 시절이라, 막힘 없이 영어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로 쓰여진 책을 부담 없이 읽지만, 여전히 영어로 쓰여진 책을 거뜬히 읽는 고등학생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아직도 우리나라 중등교육(secondary education)이 영어라는 외국어의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점은 우리나라 중등교육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의 하나이지만, 여건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히려 제도적 장치가 미비할수록 더욱 분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해외에서 중등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상당한 이점을 누리는 편입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국어나 수학을 공부할 기회가 줄어 들어 장점과 단점이 서로 상쇄하는 결과를 낳지만, 그래도 제대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그 자체로 소중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드문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든 해외에서 공부하든 중고등학교 시절 제대로 영어를 공부하여 대학에 입학한 뒤에 또 다시 TOEFL이나 TEPS나 TOEIC 등을 공부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저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시절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영어권에서 출간되는 시사 잡지를 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로 된 시사 잡지를 읽으면서 시사(current issues)에 대한 감각을 키우면 대학에 입학하기도 수월하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가에 대한 안목이 생기기 때문에 진로에 대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에 나가서는 세상에 대한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정말로 꾸준히 시사 잡지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영어 공부에 국한해 보더라도 SAT나 TOEFL을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영어로 된 시사 잡지를 읽는 것입니다. 실제로 웬만한 시사 잡지에 실린 기사의 영어 수준은 TOEFL보다 훨씬 높고, SAT라고 해도 시사 잡지 기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영어로 된 문제는 별로 없습니다. 다양한 신조어(neologism)와 어휘와 표현을 익히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예술 분야의 다양한 주제로 쓰여진 기사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시중에 나온 부실한 SAT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이런 이유로 재외국민 특별전형 영어 필답고사에서도 항상 시사 잡지 기사에서 발췌한 지문을 문제로 출제합니다. 성균관대부터 숭실대까지 시사 잡지 기사를 지문으로 활용하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에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1년 정도는 시사 잡지를 꾸준히 읽어서 시사와 영어를 동시에 붙잡아야 합니다. 더욱이 각 대학에서 시사 잡지 기사를 활용한 문제는 대부분 독해의 빈 칸 넣기 문제이기 때문에 가장 어렵고, 결국 이런 문제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게 됩니다.
시사 잡지 읽기의 중요성이 이해되었다면, 남은 질문은 어떤 시사 잡지를 읽을 것인가라는 문제일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시사 주간지 The Economist 를 권합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Time 이나 Newsweek 같은 미국의 시사 주간지도 좋고, New York Times 나 The Guardian 같은 일간지 역시 좋은 공부 자료입니다. 하지만, 전세계 언론을 이끌어가는 최고의 언론으로 널리 인정받으면서 매주 150만부의 인쇄판을 발행하는 The Economist 는 정확하고 심도 깊은 사실 취재와 자유주의(liberalism)에 입각한 시각을 바탕으로 격조 높은 기사를 게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전세계의 수많은 최고 경영자와 정치 지도자는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의 지도적 인사들의 필독 잡지인 The Economist 는 유려하고 세련된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이 영어를 공부하여 장차 The Economist 수준으로 영어를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바랍니다. 2015년 새로운 편집장(Zanny Minton Beddoes)이 취임하면서 The Economist 의 영어가 다소 쉬워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다른 영어권 언론에 비하면 최고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The Economist 로 영어 공부와 더불어 시사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영어가 아무리 어려워도 이 정도라는 것입니다. 물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여 셰익스피어나 밀턴을 읽는 학생들은 좀 더 수준 높은 영어에 접하게 되겠지만, 사회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들은 이보다 높은 수준의 영어를 만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회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셰익스피어나 밀턴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이 잠시 빗나갔습니다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이 막상 The Economist 기사를 읽기 시작하면 넘어야 될 장벽이 하나 둘이 아닐 것입니다. 그 동안 충분히 영어를 공부하여 수월하게 The Economist 기사를 읽을 수 있는 학생들도 많겠지만, 더 많은 학생들이 기사 한 페이지를 읽으려면 몇 시간 동안 악전고투(惡戰苦鬪)를 벌여야 할 것입니다. 우선 SAT나 GRE에서나 볼 수 있는 어휘가 무심할 정도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다양한 숙어(idiom)는 말할 것도 없고, 영어에서 사용되는 독특한 표현(expression) 역시 허다하게 등장합니다.
읽는 사람의 활발한 두뇌 활동을 촉진하려고 작정한 듯한 문장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미로 같은 문장을 헤매다 보면 전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해 엉뚱하게 내용을 이해하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이런 난관은 외국어로 영어를 공부하는 아직 어린 고등학생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The Economist 의 기사는 영국의 Oxbridge나 미국의 Ivy League를 졸업한 영국인이나 미국인 기준으로도 영어를 꽤 잘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니까 말입니다.
결국 The Economist 를 읽을 때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고 꼼꼼하게 한 문장씩 문장 구조를 이해하고, 또 각 단락의 요지를 파악하면서 텍스트 구조에 따라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을 이용하여 자신이 모르는 단어와 숙어와 표현을 찾아보면서 충분히 예습하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문장이나 개념이나 논리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업 시간 중에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제게 질문하면 그 자체로 영어 실력이 향상됩니다.
또한 충실하게 예습하면, 수업 시간에 제가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습니다.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학생은 이 사이트의 “시사 잡지 읽기”에 들어가면 각 기사에 대한 제 질문을 볼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제 질문에 모두 대답하지 못했다고 절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하고 거꾸로 제게 질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가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기사의 내용은 물론이고, 글의 논리 구조와 짜임새, 어휘와 표현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복습을 하면 예습할 때는 한 페이지 읽는데 몇 시간이 걸리던 것을 불과 1분 안에 다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습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복습할 때도 The Economist 기사를 한번만 읽어서는 안됩니다. 적어도 5~10번 정도는 반복해서 읽으면서 어휘와 표현, 글의 논리 구조와 짜임새 모두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The Economist 기사를 복습하면서 읽는 속도가 궁극적으로 자신의 독해 속도가 된다는 사실 입니다. 즉 기사 하나를 읽는데 1~2분이면 충분하게 됩니다.
하루에 기사 하나씩 이렇게 6개월 정도만 정성을 쏟아보면 어느덧 기사 하나를 예습하는데 1시간, 혹은 30분이면 충분하게 됩니다. 나아가 이렇게 1년 정도 공부하면 65분에 52문제를 풀어야 하는 New SAT Reading Test와 35분에 44문제를 풀어야 하는 New SAT Writing and Language Test가 쉽게 풀리는 정도를 넘어 시간이 남아 이미 푼 문제를 다시 풀게 됩니다. 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영어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학생들 모두가 부지런히 The Economist 기사를 읽어 New SAT 1500점을 넘어 1600점 만점을 받는 쑥스러운 경험을 해보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The Economist 는 1843년 다음과 같은 강령(mission statement)에 따라 창간되었고, 지금도 목차 페이지에 그 강령을 그대로 인쇄하고 있습니다. The Economist was First published in September 1843 to take part in ‘a severe contest between intelligence, which presses forward, and an unworthy, timid ignorance obstructing our progress.’ 진보를 가로막는 가치 없고 소심한 무지를 비판하고, 전진을 위한 지식을 추구하는 The Economist 의 강령이 서구중심주의, 혹은 보수적 이성중심주의로 비판 받을 여지가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서구 근대성의 핵심인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The Economist 의 입장을 비판하기 앞서 적어도 중고등학교 시절과 대학교 시절에는 The Economist 를 열심히 읽으면서 서구 근대성의 핵심이 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구에서는 탈근대주의(post-modernism)가 유효한 테제가 될지 몰라도, 동아시아에서는 여전히 근대성 자체가 미완의 기획일 뿐입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이 자유주의와 이성주의의 세례를 충분히 받아 합리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