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EW Tutor Chung’s English World

TCEW(Tutor Chung's English World)에서 출간한 교재를 소개합니다. Tutor Chung's Vocabulary를 공부하면서 막힘 없는 수능 영어 독해Tutor Chung's Reading Practice 1/2/3/4 순서로 공부하면 가장 좋습니다.

공부와 습관

학창 시절을 즐겁게 회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막상 공부에 이르면 좋았다는 사람보다는 힘들고 어렵고 지겹고 괴로웠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사실 공부라는 것 자체가 흥미를 붙이고 취미가 되어 마침내 중독의 경지에 이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공부가 제일 쉽고, 공부가 제일 즐거운 사람도 없지 않지만, 많은 경우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고 어쩔 수 없어 하는 것이 바로 공부입니다.

그런데 공부(工夫)라는 우리말을 중국어로 읽으면 바로 “꽁푸”가 되고, “꽁푸”는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쿵후”와 똑 같은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Kung Fu Panda 의 주인공 Po가 그렇게 배우고 싶어하고 매일 연마하는 무술이 바로 공부인 것입니다. 물론 현대 중국어로는 무술을 뜻하는 꽁푸(功夫)와 시간이나 틈을 뜻하는 꽁푸(工夫)를 구별하지만, 고전 중국어[漢文]에서 공부(工夫)와 공부(功夫)는 동일한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말에 들어온 것은 현대 중국어가 아니라 바로 고전 중국어입니다.

이러한 우리말의 공부는 굉장히 독특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어에서 공부를 뜻하는 “learning”과 “study”는 각각 “지식의 획득(lernen)”이라는 의미의 게르만어(Germanic)와 “열정과 공들인 헌신(studium)”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Latin)에서 유래했습니다. 중국어에서 공부를 뜻하는 말은 “책을 읽는다”는 의미의 “뚜어슈어(讀書)”이고, 일본어에서는 “힘써 일한다”는 의미의 “벵쿄우(勉强)”입니다. 결국 영어와 중국어에서는 공들여 책을 읽어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 공부이고, 일본어에서는 힘들지만 애써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공부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옛 선비들이 생각하는 공부는 그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Kung Fu Panda 의 Po가 무술을 배우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몸의 단련이고, 그 다음이 마음의 수양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소림사의 꽁푸를 비롯한 여러 무술을 배우는 과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의 옛 선비들이 생각하는 공부의 핵심은 바로 이런 몸과 마음의 단련과 수양이었기 때문에 우리말 공부가 공부라는 의미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공부를 잘 하는 길은 Po가 몸을 단련하고 마음을 수양하듯이 10년을 하루처럼 꾸준히 나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Master Shifu(師父)처럼 Po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먹을 것으로 공부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스승을 만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또한 무적의 오인방(the Furious Five)처럼 함께 공부에 전념하는 친구들과 Mr. Ping이나 Li Shan 같은 가족들의 성원이 있다면 더욱 공부에 전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외적인 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입니다. Po에게 무술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없었다면, 스승도 친구도 가족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의지와 열정의 문제는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수 많은 학생들을 만나보았지만, 공부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없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학생이 열렬히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했고, 또 그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중학교 3년을 한결같이 열심히 공부하여 과학고나 외고나 민사고나 용인외고나 하나고에 진학하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더 적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3년을 한결같이 열심히 공부하여 서울대나 미국의 Ivy League 대학이나 영국의 Oxbridge에 진학한 학생도 상대적으로 더 적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상대적으로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차이가 의지나 열정, 혹은 지능이나 소양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믿지 않습니다.

실제로 처음에는 별다른 의지나 열정을 보이지 않았던 학생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자신의 지능과 자질을 의심했던 학생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 먹고 굳은 의지와 뜨거운 열정으로 며칠 간 그것을 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 모두가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할 것입니다.

그 며칠 간을 몇 달 간으로, 몇 달 간을 몇 년 간으로 연장하기 위해서는 의지와 열정이 아니라 몸에 밴 습관이 필요합니다. 알을 깨고 나온 어린 새가 깃털이 나기 시작하면서 어미 새의 날개 짓을 보고 익히는 과정을 한자(漢子)로 “습(習)”이라고 합니다. 학습(學習)이라는 말은 <논어(論語)>의 첫 장 첫 구절에 나오는 “배우고 알맞은 때에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알맞은 때에 익힌다”는 것이 “배움”이 내 것이 되는 과정의 핵심이고, 이 “시습(時習)”이라는 고전 중국어를 우리말로 바꾸면 바로 “습관화한다”는 것입니다. 습관화의 요체는 별다른 욕구나 자극이 없이도 매일 특정한 행위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마치 크게 배가 고프지 않아도 끼니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몹시 피곤하거나 졸리지 않아도 밤이 되면 잠을 자는 것처럼 내 몸과 마음이 때가 되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바로 습관입니다.

공부를 습관화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상태에 이르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는 것처럼 오전에 공부하고, 매일 점심을 먹는 것처럼 오후에 공부하고, 매일 저녁을 챙겨 먹는 것처럼 저녁에 공부하고, 밤이 되면 자는 것이 학생의 일과이고 의무입니다. 밤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자는 학생은 아침을 먹지 못하기에 오전에 공부할 수는 기력이 없고, 학교를 마치고 난 오후와 저녁 시간에 해야 할 일을 정해 놓지 않으면 인생의 시간 자체가 줄어들게 됩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교 1~2학년 학생은 공부하는 틈틈이 운동이나 취미 생활도 해야겠지만, 입시를 코 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 하루에 15시간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하루에 15시간씩 그 무엇인가에 집중하려면 엄청난 체력과 더불어 습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습관화는 할 일을 정해 놓고 다른 사념이나 잡념이 없이 그저 묵묵하게 그 일을 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습관이 들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집중력이 향상되면 능률이 오르고, 능률이 오르면 실력이 쌓입니다.

가끔씩 지금 이 시간에 이것을 하는 것이 맞나, 혹시 다른 것을 해야 하지 않나 등의 쓸데 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폴 파이어아벤트(Paul Feyerabend)라는 과학철학자는 과학을 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모든 방법이 옳다(Anything goes!)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과학적 상대주의, 혹은 과학적 무정부주의라고 공격받지만, 사실 공부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람에게 좋은 방법이 저 사람에게도 좋을 수는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은 자신이 찾아야 합니다.

공부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어느 학교에서, 어느 학원에서, 어느 선생님과,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안 좋은 학교에서, 가장 안 좋은 학원에서, 가장 안 좋은 선생님과, 가장 안 좋은 방법으로 공부해도 꾸준히 습관적으로 공부하면 반드시 실력이 쌓이기 마련입니다. 실력이 있으면, 대학에서 어떤 식으로 입학 전형을 실시해도, 시험 출제 유형에 상관없이 좋은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취업이 힘들다고 해도 실력 있는 인재를 외면하는 법은 없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고민하지 말고, 지금 배우고 있는 과정에 충실하고 매일 일정한 시간과 분량을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 바랍니다. 습관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유일한 길이자, 자신을 지속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추진력입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학생 모두가 공부하는 습관을 통해 자신을 이기고 바꾸어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