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입학 에세이 잘 쓰는 법
20 Oct 2017많은 학생들이 미국 대학 입학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에세이 쓰기를 힘들어 합니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가까스로 에세이를 써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경우는 고민만 거듭하고 에세이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맙니다. 심지어는 어떤 에세이 주제를 골라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옮겨 다니기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미국 대학에서 요구하고 있는 에세이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먼저 올해 미국 대학의 공동 지원(Common Application)에서 요구하는 있는 에세이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7-2018 Common Application Essay Promp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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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 students have a background, identity, interest, or talent that is so meaningful they believe their application would be incomplete without it. If this sounds like you, then please share your story. [No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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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ssons we take from obstacles we encounter can be fundamental to later success. Recount a time when you faced a challenge, setback, or failure. How did it affect you, and what did you learn from the experience? [Revi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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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 on a time when you questioned or challenged a belief or idea. What prompted your thinking? What was the outcome? [Revi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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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be a problem you’ve solved or a problem you’d like to solve. It can be an intellectual challenge, a research query, an ethical dilemma - anything that is of personal importance, no matter the scale. Explain its significance to you and what steps you took or could be taken to identify a solution. [No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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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uss an accomplishment, event, or realization that sparked a period of personal growth and a new understanding of yourself or others. [Revi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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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be a topic, idea, or concept you find so engaging that it makes you lose all track of time. Why does it captivate you? What or who do you turn to when you want to learn more?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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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e an essay on any topic of your choice. It can be one you’ve already written, one that responds to a different prompt, or one of your own design. [New]
7개의 에세이 주제가 서로 많이 다른 것 같아 보여도, 사실은 단 하나의 요구사항을 조금씩 변형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 요구사항은 다름아닌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의 속마음입니다. 내신 성적(GPA)과 SAT나 AP 성적과 비교과 활동(extra-curriculum activities)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정보는 지원하는 학생의 겉모습에 불과합니다. 학생 생활 기록부에 드러난 객관적인 지표로는 정말 중요한 가치관이나 인생관, 혹은 신념이나 도량 같은 인간 됨됨이를 알 수 없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특정한 계기나 동기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놀라운 업적을 이루기 위해 분투할 수 있고, 그 결과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과 공부에 소홀하거나 친구들과 다양한 교과외 활동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학생에게 아무런 지적인 성취나 사회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얼마든지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갈 수 있지만, 청소년 시절 형성된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인생관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물론 대학에 다니면서 자유주의를 신봉하던 청년이 보수주의를 받아 들일 수도 있고, 청년 공산주의자가 자본주의의 열렬한 옹호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로 변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한 인간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을 떠받치는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성격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신념이나 도량이나 인간성으로 바꾸어도 상관 없습니다.
대학에서 지원하는 학생들의 에세이를 통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단 하나, “우리 대학에 지원하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입니다. 따라서 에세이를 작성할 때는 항상 “나는 누구인가(Who am I?)”라는 질문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매 순간 결단과 그에 따른 실천 속에서 끊임없이 약동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공동 지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에세이 주제는 매년 조금씩 변하고, 공동 지원 7번 에세이 주제가 예시하듯이 얼마든지 다양한 주제로 에세이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세이 주제가 무엇이든 자신이 경험한 바를 이야기하면서 그 과정에서 생각하고 느낀 점을 서술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쓴 글도 글쓴이 자신을 드러내게 됩니다. 말도 그렇지만, 특히나 글은 자연스럽게 글쓴이가 누군가를 드러내고, 결국 글에서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가 드러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이 자신만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듯이, 모든 학생들의 모든 경험은 그 자체로 존엄하고 무한한 가치가 있습니다. 생명에 위계질서가 있고, 사회에 계급이 존재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인 사고 방식을 지닌 사람은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이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은 경험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서 지원자가 얼마나 성장하고 어떻게 변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정량적인 자격 요건이 아니라 정성적인 스토리를 눈여겨봅니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 스스로가 적어도 몇 주일이나 몇 달 간은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 에세이에 독창성(originality)와 독특함(uniqueness)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에세이에 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포장하고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이 진실에서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여전히 제가 하는 말이 알쏭달쏭한 학생들을 위해서 아주 유명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 모두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라는 소설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노만 데니(Norman Denny)가 영어로 번역한 펭귄판(Penguin Classics)은 완역본이 아닌데도 1,232쪽이기 때문에 실제로 책을 읽어본 학생보다는 뮤지컬이나 영화를 본 학생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어쨌든 그 내용을 알고 있으면 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장 발장(Jean Valjean)은 브리(Brie)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자식으로 태어났고, 어렸을 때 양친을 잃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이름도 장 발장이었는데, 발장이라는 성은 “저기 장이 있다(voilá Jean)”를 줄인 것입니다. 장 발장은 글을 읽는 법을 배우지도 못했고, 정원사를 비롯한 여러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돌봐준 누나와 일곱 명의 조카를 키우면서 살아갑니다. 24살 때까지 단 한번도 누구를 좋아해본 적도 없이 가난에 시달리면서 살던 장 발장은 일거리가 끊기고 집에 빵이 떨어지자 빵 한 덩어리를 훔치다 실패하고 중노동형에 처해집니다.
수인 번호 “24601”으로 살던 장 발장은 4번이나 탈옥을 시도하고 그 때마다 형량이 더해져 모두 19년을 복역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이 글을 읽는 학생들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장 발장은 누구일까요? 장 발장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까요? 자유를 찾아 탈옥했지만, 굴뚝에서 나는 연기, 지나가는 사람, 개 짖는 소리, 말 달리는 소리, 궤종 시계 소리에 떨면서 두려워하고, 낮에는 누군가 볼 수 있으니 두렵고 밤에는 아무도 볼 수 없어 두렵고, 길에서도 보도에서도 덤불 속에서도 두려워하다 다시 감옥으로 붙잡혀 온 사람이라고 말할까요?
아니면 누나가 막내 조카만 데리고 파리의 인쇄소에서 막일을 하면서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을 어쩌다가 듣기는 했지만 다시는 만나지 못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대답할까요? 결코 스스로 결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과연 자신의 죄가 그토록 큰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아무런 대답이 없는 세상과 신에 분노하고, 19년 동안 복역하면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말라 비틀어진 눈과 심장을 지닌 사람이라고 대답할까요?
이러한 이야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장 발장이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살다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다는 사실입니다. 전형적인 하층민의 신산한 삶에 대한 사례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장 발장이라는 개인의 고유한 인격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한 개인의 고유한 삶은 그 개인의 실존적인 결단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지금까지 장 발장의 삶에서는 단 한번도 스스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 끝까지 자신이 책임을 지는 실존성(existentiality)을 찾을 수 없습니다.
마침내 감옥에서 나온 장 발장은 여전히 전과자라는 멍에를 벗지 못하고 비참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디뉴(Digne)의 주교인 뮈리엘(Myriel)을 만나 처음으로 실존적인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은식기를 훔쳐 달아나다 붙잡혀 온 자신에게 은촛대까지 내어주면서 관용을 베푼 “환영하는 예하(Monseigneur Bienvenu)” 뮈리엘 주교에게 감복한 장 발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정합니다. 번창하는 공업도시인 몽트뢰이유-쉬르-메르(Montreuil-sur-mer)로 가서 마들렌(Madeleine)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면서 제조업으로 크게 성공합니다.
학교와 양로원을 짓고, 병원의 침상을 증설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 주변의 노동자 거주 지역에 무료 약국을 세우면서 지역 사회에 크게 공헌합니다. 이러한 공헌에 대한 보답으로 도지사(prefect)의 추천을 받아 국왕이 마들렌을 몽트뢰이유-쉬르-메르의 시장으로 지명하지만, 마들렌은 두 번이나 거절합니다. 세 번째로 지명을 거절하자 도지사가 마들렌의 거부를 거부하고, 한 늙은 여인이 “좋은 시장은 유용한 사람인데, 왜 당신은 좋은 일을 하는 것을 거절하느냐?”고 군중 속에서 외치자 마침내 마들렌은 시장직을 받아들입니다. 이 때 누군가 장 발장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는 뭐라고 이야기할까요?
장 발장이 몽트뢰이유-쉬르-메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돈을 벌기 위해 왔다고 수군거렸고, 자선 사업을 시작하자 정치적 야심이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장이 되었을 때는 모두가 그의 편으로 돌아섭니다. 그렇다면 장 발장은 몽트뢰이유-쉬르-메르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시장이라고 자신을 규정할까요? 아마도 그 당시 장 발장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뮈리엘 주교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뮈리엘 주교가 죽었다는 신문 보도를 듣고 마들렌 시장은 상복을 입고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스스로 그의 가족을 자처한 것이지요. 장 발장에게 은촛대를 쥐여 주면서 뮈리엘 주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 돈을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쓴다고 약속했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요. 장 발장, 내 형제여, 이제 그대는 악이 아니라 선에 속합니다. 나는 그대의 영혼을 어두운 생각과 지옥에서 구해냈고, 신에게 바쳤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도 장 발장은 알 수 없는 분노와 무력감에 시달립니다. 그러다가 꼬마 제르베(Petit-Gervais)가 장난 치다가 흘린 40수짜리 은화를 밟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꼬마를 위협해서 쫓아버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사악하고 비열한 것이었는가를 깨달은 장 발장은 스스로를 “사악하고 비열한 사람(vile wretch)”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19년 만에 처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다음날 새벽 뮈리엘 주교의 집 밖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한 뒤 장 발장은 사라집니다.
마들렌 시장이 글을 쓸 줄 안다면, 그리고 공동 지원에서 요구하는 에세이 중의 하나를 작성해야 한다면, 그는 7개의 주제 중에서 어떤 것을 고르든 상관 없이 뮈리엘 주교와 꼬마 제르베에 대한 이야기를 쓸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바꾼 실존적인 결단을 내리는 바로 그 순간 그 사람들과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실존적인 결단을 내리고 나면, 바로 그 결단이 그 개인을 영원히 규정합니다.
자신을 쫓던 자베르(Javert) 경감에게 진짜 장 발장이 잡혔다는 말을 듣고, 법정에 출두하여 마들렌 시장 자신이 바로 수인 번호 24601 장 발장이라고 자백합니다. 자신을 다시 장 발장으로 규정하는 것이지요. 마들렌 시장으로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삶을 포기하고, 억울한 한 영혼을 위해 다시 도망자 장 발장으로 스스로를 규정한 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올바른 삶입니다. 팡틴(Fantine)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코제트(Cosette)의 아빠로 규정하고, 코제트가 사랑하는 마리우스(Marius)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평생 자신을 핍박한 자베르 경감을 용서한 장 발장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항상 스스로 결단을 내리면서 “장 발장”이라는 거대한 인격을 형성해갑니다.
이 세상에 미리 정해진 것도 없고, 자신이 누구라고 규정할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나 역시 끊임없이 변합니다. 하지만, 나의 끊임없는 변화는 항상 실존적인 결단을 동반합니다. 그리고 그 실존적인 결단이 나의 궁극적인 모습입니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라셰즈 아저씨(Père Lachaise)는 코제트에게 은촛대를 남깁니다. 그러면서 은촛대를 준 분이 저 위에서 굽어보면서 기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중요한 것 사랑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을 남깁니다. 어쩌면 장 발장이 누군지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원 묘지 구석진 곳에 있는 장 발장의 무덤에는 아무런 것도 새기지 않은 돌 하나만이 곁에 있을 뿐입니다. 그 돌 위에 지금은 지워지고 없지만, 누군가 분필로 넉 줄의 운문을 써놓았다고 합니다.
여기 잠들다. 비록 너무나 많은 것을 빼았겼지만,
그는 살았다. 소중한 사랑이 떠났을 때, 그는 죽었다.
조용하게 스스로
어두운 밤에 날이 밝아 왔다.
일단 이 정도가 현재 상황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일반적인 조언입니다. 가끔씩 욕심이 많아 처음부터 수준 높은 에세이를 쓰고 싶어하거나, 도저히 에세이를 시작할 수 없어서 고민인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제가 진행하는 “자기소개서 및 에세이 작성법 수업”을 추천합니다. 이 수업에서는 주로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고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에세이 주제에 적합한 소재를 선택하는 것을 돕습니다. 물론 좋은 에세이를 쓰는 방법과 에세이를 쓸 때 피해야 할 사항과 지켜야 할 규칙 역시 강의합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에세이를 써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제가 진행하는 우리나라 대학의 자기소개서와 미국 대학의 에세이 수정과 첨삭 과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빅토르 위고가 쓴 “레 미제라블”의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학생은 Victor Hugo, Les Misérables (Penguin Books, 1982)을 읽어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