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 대학 산책 (2) - 홍콩 대학 IBGM 전공 과정
02 Jan 2023오늘은 코로나 19가 유행하는 동안 저와 함께 1년 넘게 줌을 통해서 공부한 학생이 합격한 대학과 전공 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학생은 처음부터 경영학을 전공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함께 공부하기가 수월했습니다. 진로를 결정하지 않은 학생과 수업을 할 때는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어떤 분야에 가장 흥미를 느끼는지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학생처럼 진로가 확실하면, 처음부터 기업 경영과 경제학과 국제 정치와 사회적 변화에 관한 텍스트를 읽으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업 자료의 선택이 그다지 고민스럽지 않습니다. 또한, 수업 준비를 부족하게 해왔을 때도 장차 경영학을 전공하여 세계적인 기업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그러면 되겠냐고 뼈아픈 잔소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학생도 처음에는 일주일에 50페이지씩 영어 텍스트를 읽고 내용을 파악하여 수업 시간 중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영어 실력이 향상되었고, 이 정도 분량의 텍스트를 읽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물론 50페이지나 되는 영어 텍스트를 한국어로 요약 정리하여 수업 시간 전에 전자우편으로 보내고, 영어 텍스트를 읽고 영어로 에세이를 작성해서 수업 시간 전에 전자우편으로 보내고, 중요한 영어 텍스트를 필사하여 수업 시간 전에 전자우편으로 보내야 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힘든 만큼 영어 실력이 향상되고, 영어 실력이 향상되면 내신 성적을 비롯한 각종 시험 성적도 향상됩니다.
이 학생이 IB Diploma Programme의 English Literature를 어려워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영시와 영어 소설도 읽었고, SAT의 미국 건국 문서(founding documents)를 어려워했기 때문에 미국의 연방주의자 논문(Federalist Papers)과 반연방주의자 논문(Anti-federalist Papers)도 읽었습니다. 이 학생은 반연방주의자 논문에 특히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했고, 졸업식 전에 환영사(salutatory) 원고의 교정을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앞 부분의 몇 문장을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수정이 불필요할 정도로 잘 쓴 원고였습니다. 졸업식에서 수석 졸업생의 고별사(valedictory)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하니 다소 민망한 상황에 벌어졌겠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이 학생은 우수한 IB Diploma Programme 성적을 받았고, 바라던 대로 홍콩 대학의 국제 경영(IBGM, International Business and Global Management) 전공 과정에 입학했습니다.
홍콩 대학(HKU, 香港大學)은 도쿄 대학(東京大學)과 교토 대학(京都大學)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고, 특히 경영 경제 대학(Faculty of Business and Economics) 졸업생의 취업률은 99.8%입니다. 하지만, 홍콩 대학의 장점이 취업률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베이징 대학(北京大學)이나 칭화 대학(淸華大學)으로도 많이 진학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대학 입학 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들은 홍콩 대학이나 홍콩 과기대로 진학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미국의 코넬 대학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를 받는 홍콩 대학의 첫 번째 장점은 영어를 교육 언어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영국의 명문 대학에서 받을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육을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홍콩 대학이 지닌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미국과 영국 대학은 하버드 대학 같은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학부 과정의 외국인 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홍콩 대학은 외국인 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수여합니다.
홍콩이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이고, 홍콩 대학은 홍콩의 두뇌라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세계에서 중국을 무시하거나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있는 나라나 기업은 없습니다.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둔 다국적 기업이 1,000곳이 넘습니다. 중국이 홍콩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고,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자, 많은 사람들이 다국적 기업이 아시아 본부를 싱가포르로 옮길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홍콩을 빠져 나간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본부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싱가포르는 인도양과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적인 중계 무역항이고, 싱가포르 국립 대학은 홍콩 대학과 함께 아시아 최고의 대학이지만, 싱가포르가 홍콩을 대신하여 아시아 무역과 금융의 중심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1972년 2월 21일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마오 쩌둥 주석과 회담한 이후 미국은 중국을 세계 무대로 끌어내기 위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노력은 2001년 11월 10일 중국이 세계 무역 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정점에 도달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완성되었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경제 성장을 통해 민주화될 것으로 낙관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시 진핑 주석이 권력을 잡으면서 10년마다 지도부를 교체하는 중국식 정권 교체도 포기했습니다. 미국 역시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불거진 플로리다 주 재검표 공방과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민주주의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1997년 7월 1일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이후, 중국은 하나의 국가 안에 두 가지 정치 체제가 공존한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 one country, two systems)를 내세웠고, 미국 역시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초반 중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과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나가자 미국은 노골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홍콩에서 유지되었던 형식상의 민주주의를 중단하고, 본토처럼 공산당 독재를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1841년 영국이 홍콩 섬을 점령한 이후 홍콩에서 민주주의가 실시되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1945년 영국이 일본으로부터 홍콩을 수복한 이후 언론의 자유를 비롯한 형식상의 민주주의가 유지되었을 뿐입니다.
미국과 중국과 홍콩 어느 곳에서도 민주주의가 완전히 자리잡은 곳은 없습니다. 미국이 가장 민주적이고, 홍콩은 형식적 민주주의를 경험했고, 중국에서는 여전히 공산당 독재가 실시되고 있다는 상대적인 차이점은 있지만,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위구르 족에서 대한 탄압에서 드러나듯이 전세계에서 민주주의는 여전히 달성해야 할 과제입니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분리는 예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은 인공 지능과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및 과학 법률(CHIPS and Science Act)을 초당적 합의로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첨단 반도체 기술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 반영된 법률입니다. 그리고 미국 국내 제조업 부활과 고용 증진을 위해 노골적으로 보호 무역과 산업 정책을 옹호하는 물가 상승 감축 법률(Inflation Reduction Act)도 통과되었습니다. 미국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에 정부 보조금을 지불하는 물가 상승 감축 법률은 유럽과 인도와 동아시아의 각국이 앞다투어 정부 보조금과 보호 무역과 산업 정책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분리가 동전의 앞면이라면, 미국과 중국의 결합은 동전의 뒷면입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일본 자동차와 독일 자동차와 한국 자동차에 차례로 밀려 열세를 면치 못했던 미국의 포드 자동차 회사는 세계 최대의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의 닝더스다이(寧德時代, CATL)와 합작으로 35억 달러를 투자하여 미시간 주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물가 상승 감축 법률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포드 자동차 회사가 배터리 생산 공장의 지분을 100% 소유하지만, 기술과 장비는 닝더스다이가 제공하는 방식으로 합작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뒤진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국내 자동차 산업을 육성할 수 있고, 중국은 이미 세계 시장을 장악한 태양광 전지판과 더불어 전기차 배터리로 자국의 친환경 산업을 세계 표준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은 그 동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집중해온 한국과 일본을 견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4년 4월 중순에 인도의 인구가 중국의 인구보다 많아지면, 인도가 중국을 대신하는 세계의 공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지금도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 아시아로 옮기는 다국적 기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남 아시아와 인도가 중국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기반 시설부터 확충해야 하기 때문에 의외로 긴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전에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일국양제라는 말이 무색하게 중국 본토와 홍콩 모두 완전한 자본주의입니다. 물론 중국 본토는 국가 주도 자본주의이고, 홍콩은 기업 주도 자본주의라는 차이가 있지만,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은 투자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는 창구를 넘어 세계를 향한 관문인 홍콩에서 정치적 자유를 억압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지 못합니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기업가는 본질적으로 전제적으로 결단을 내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제 중국은 단순히 광활한 상품 시장만이 아닙니다. 이미 틱톡으로 상징되는 중국이 주도하는 혁신이 세계를 이끄는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세계 모든 기업이 중국을 향한 관문인 홍콩을 떠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홍콩은 21세기 내내 아시아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21세기 내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겠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협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경쟁과 협력의 와중에서 홍콩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벌지 브래킷(bulge bracket)이라고 불리는 다국적 거대 투자 은행이 앞다투어 홍콩에 있는 아시아 본부의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홍콩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경영학이나 경제학이나 법학만이 아닙니다. 중국과 미국의 경쟁과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전개되는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균형 감각은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에게 미국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바라볼 것을 권합니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모든 나라는 21세기 내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수준 높은 영어를 익히는 것이 중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닐 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수준 높은 중국어를 익히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홍콩 대학은 수준 높은 영어와 수준 높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홍콩 대학의 IBGM 전공 과정에서 입학 허가를 받고, 입학 후에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뜻을 펼치는데 필요한 최고급 영어 실력을 쌓고 싶은 학생들에게 “Tutor Chung’s Reading Practice 1/2/3/4”를 추천합니다. 철학/역사/정치/경제/사회/과학/기술 분야의 다양한 텍스트로 구성된 “Tutor Chung’s Reading Practice 1/2/3/4”는 옥스브리지와 아이비 리그 학생들을 능가하는 최고의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SAT 1600점 만점을 받는 방법”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SAT 1200점 이하의 영어 실력이라면 “막힘 없는 수능 영어 독해”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