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 대학 산책 (4) - 스탠퍼드 대학
04 Jan 2023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역시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을 때입니다. 미국 대학이든 한국 대학이든 대학에 진학할 무렵에는 학생들도 성인과 다름 없는 18살이고,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공부하여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도전하기 때문에,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지만, 한국의 자립형사립고등학교(민사고, 용인외고, 하나고)나 외국어고등학교나 국제고등학교나 영재학교나 과학고등학교 입시는 훨씬 어린 나이인 15살에 응시하게 되고, 중학교 3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도 공부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길게 보면 고등학교 입시 실패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자극을 주기도 하지만, 중학교 3년을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학생들에게는 큰 충격이고 좌절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잠재력은 성공했을 때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드러납니다. 넘어졌다고 주변 환경이나 다른 사람들 탓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입니다. 20년 넘게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수많은 학생들을 만났고, 그 학생들 모두가 제가 가르침을 주었고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오늘은 실패를 자양분 삼아 더욱 성장한 존경스러운 학생과 이 학생이 진학한 대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학생은 아직 앳된 기가 가시지 않은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제가 진행하는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7학년과 8학년 수업은 TOEFL을 위주로 영어를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둡니다. 매시간 듣기 자료와 읽기 자료를 예습해와야 하고, 수업 시간에 공부한 듣기 자료와 읽기 자료는 다음 시간까지 암송해야 합니다. 특히 듣기 자료는 따로 스크립트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가 스크립트를 만들어서 제게 제출하고 암송해야 합니다. 또한 말하기와 쓰기 수업이 끝나면 읽기 자료와 듣기 자료는 물론 샘플로 나누어준 말하기 자료와 쓰기 자료까지 암송해야 합니다. 그리고 매 수업 시간 100단어 정도의 어휘를 암기해야 합니다.
이 학생은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고,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사실 이 학생뿐만 아니라 제가 진행하는 수업에 참여하여 계속 공부하는 학생은 다른 점은 몰라도 자기 통제력은 대단한 학생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이 정도 공부 분량을 6년 동안 소화해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니까요. 어쨌든 이렇게 공부하다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중학교 3학년 때 매우 높은 TOEFL 성적을 받게 됩니다. 때마침 이 학생이 중학교 2학년 때, 당시 한국의 모든 중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고등학교가 TOEFL 성적과 중학교 내신 성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학생이 중학교 3학년 때부터는 TOEFL 성적과 중학교 내신 성적에 더하여 자체적인 수학 경시 대회 성적까지 합산하여 신입생을 선발했습니다.
이 학생은 TOEFL 성적이나 중학교 내신 성적은 우수했지만, 수학 경시 대회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학생들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도록 돕기 위해 수학 수업을 진행했지만, 영어 수업만큼 많은 시간을 들여 수학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이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했고, 뒤이어 외국어고등학교 입학 시험까지 실패했습니다. 당시에는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이과 공부를 하여 의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고, 그 전해부터 외국어고등학교도 입학 시험에서 수학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이 학생이 지원한 외국어고등학교가 외국어고등학교 중에서도 가장 입학하기 어려운 학교이기는 했고, 외국어고등학교 수학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제가 진행했던 이산 수학(discrete mathematics) 수업이 함께 공부한 다른 학생에게는 도움이 되었지만 이 학생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중학교 3학년 학생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다릅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달리 아직 어린 중학교 3학년 학생은 자신이 공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똑같이 열심히 공부해도 금방 성적이 오르는 학생이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이 있습니다. 똑같이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공부한 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진실입니다.
한 해에 2번이나 – 정확하게는 전기 모집과 후기 모집이 있었기 때문에 4번이나 – 입학 시험에 실패하면 누구라도 의기소침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시험 결과를 알리러 찾아온 이 학생을 볼 낯이 없었습니다.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해 함께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로 갔고, 미국의 명문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으니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과 함께 SAT 교재와 “Word Smart I/II”를 선물했습니다. 다소 황당한 선물이었지만, 그래도 이 학생은 고맙게 받아주었습니다.
이 학생은 집 근처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TOEFL을 공부할 때보다 더욱 열심히 SAT와 AP를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에 가고자 했던 고등학교의 편입 시험에 합격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국제 과학 기술 경진 대회(ISEF, 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에 참여하여 동상을 수상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의 국외 유학 장학생으로 선발되었습니다. 1년에 5만 달러의 장학금(지금은 1년에 6만 달러)을 확보한 이 학생은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 대학에 제출하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응시한 TOEFL도 만점을 받았습니다.
“자유의 바람이 불어온다(Die Luft der Freiheit weht, The wind of freedom blows)”는 독일어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스탠퍼드 대학은 영국의 귀족 대학 전통이 아니라 독일의 연구 중심 대학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처음부터 남녀공학 대학으로 설립된 스탠퍼드 대학은 영문학과 고전학과 경제학과 정치학부터 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생물학과 컴퓨터 과학과 전자 공학은 물론, 경영학과 법학과 의학까지 모든 학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선도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합니다.
특정 전공을 공부하면서 다른 전공에 흥미가 생길 경우, 다른 대학에서는 아예 다른 전공 과정을 제공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과정을 제공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처음 선택한 전공을 계속 공부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스탠퍼드 대학은 모든 전공 과정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전공을 바꾸거나 확장할 수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이 복수 전공이나 부전공을 적극 권장하고, 많은 스탠퍼드 대학 학생들이 복수 전공이나 부전공을 이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공학 분야가 약한 미국 동부의 아이비 리그 대학과는 달리 스탠퍼드 대학은 학문 전반에 공학적 사고(engineering mindset)를 도입하는데 앞장섰습니다. 공학적 사고는 철학이나 원칙이나 이념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면서 체계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의미합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만 공학적 사고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세계에서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대학은 단연 스탠퍼드 대학입니다.
1891년 스탠퍼드 대학이 개교했을 때 주변에 과수원 밖에 없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자체도 목장에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스탠퍼드 대학 바로 옆에 실리콘 밸리가 형성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은 이미 1894년 미국 대학 중 최초로 전기 공학 전공 과정을 개설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공과대학 학장을 역임했던 프레드릭 터먼은 학생들에게 창업을 독려하고, 대학 차원에서 창업에 필요한 자금과 공간을 지원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이 후원한 실리콘 밸리의 첫 번째 벤처 기업이 바로 휴렛팩커드(HP)입니다. 1934년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윌리엄 휴릿과 데이비드 패커드는 터먼의 지원으로 1939년 휴렛팩커드를 설립하고 음향 발진기(audio oscillator)를 제작했습니다. 휴릿과 패커드가 사업을 시작한 팰로 앨토 시의 차고에는 “실리콘 밸리의 발상지”라는 명판이 붙어 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터먼은 1951년 팰로 앨토 시와 협력하여 세계 최초의 대학과 기업의 공동 연구 개발 단지인 스탠퍼드 연구 단지(Stanford Research Park)를 만들었습니다. 반도체 시대에 이어 인터넷 세대가 열리자 스탠퍼드 대학의 산학 협동 모델은 더욱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됩니다. 1994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전자 공학을 공부하던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가 야후를 설립했고, 1998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공부하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을 설립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이 주도한 산학 협력은 실리콘 밸리를 넘어 전세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5,000개의 지식 집약적인 기업이 대략 61,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 주변의 기술 단지도 스탠퍼드 대학과 실리콘 밸리의 협동 관계를 모방한 것입니다.
스탠퍼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지적인 활력(intellectual vitality)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여기는 이유는 기존의 학문 체계와 사고 방식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능력보다 당면한 문제에 실용적이고 창의적으로 접근하여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전세계 대학이 스탠퍼드 대학을 모방하여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지만, 20세기 후반까지도 스탠퍼드 대학을 제외하면 학생들에게 창업을 격려하는 대학은 거의 없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춘 학생이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1883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서 1932년 미국으로 망명한 요제프 알로이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핵심을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즉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슘페터에게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발명(invention)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혁신은 생산 수단과 생산 조직이 완전히 바뀌고,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생산품으로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최대의 혜택을 주는 과정 전체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에 추진력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ialism)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슘페터의 이론에 따르면, 기업의 성패는 혁신적인 기술을 창출하고 상품화하는 능력, 다시 말해서 미래를 창출하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슘페터는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자체를 완전히 재편성하고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여 출시하는 기업가 정신이 자본주의의 발전을 이끈다고 믿었습니다. “슘페터의 순간(Schumpeterian moment)”은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을 위해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1932년 미국에 귀화한 이후 슘페터는 하버드 대학에서 가르쳤지만, 슘페터의 순간이 가장 빈번하게 빛을 발한 곳은 스탠퍼드 대학과 실리콘 밸리입니다.
기업가 정신은 단순히 기업을 설립하고 경영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예컨대, 영문학을 공부하더라도 기업가 정신을 갖춘 학생은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자료를 동원하여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오늘의 “오셀로”와 “리어왕”을 창작할 수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의 교육 목적은 어제의 셰익스피어를 오늘의 셰익스피어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오늘의 셰익스피어가 오늘의 작품을 창작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기존의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새로움에 목마른 학생이라면, 스탠퍼드 대학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은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학생도 선발하지만, 한가지 분야에서 탁월한 학생도 선발합니다.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하나에만 몰두하는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에게 중고등학교 시절 이러한 특권을 유감없이 누리기를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탠퍼드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고, 입학 후에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뜻을 펼치는데 필요한 최고급 영어 실력을 쌓고 싶은 학생들에게 “Tutor Chung’s Reading Practice 1/2/3/4”를 추천합니다. 철학/역사/정치/경제/사회/과학/기술 분야의 다양한 텍스트로 구성된 “Tutor Chung’s Reading Practice 1/2/3/4”는 옥스브리지와 아이비 리그 학생들을 능가하는 최고의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SAT 1600점 만점을 받는 방법”을 참조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