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 학부 입학 전형에 관하여
01 Aug 2023미국 상류 사회에서는 미국의 머리는 뉴잉글랜드이고, 뉴잉글랜드의 골수는 하버드 대학이라는 말이 통용됩니다. 1636년 하버드 대학이 개교했을 때,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대학이 모국인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만큼 좋은 대학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식민지 거주민들은 하버드 대학이 자리잡은 도시의 이름을 케임브리지 시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4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당시 아메리카 식민지 주민들의 소망은 완벽하게 이루어졌습니다. 19세기 후반 미국이 영국을 능가하는 경제 대국이 되고,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패권 국가로 등장하면서,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아이비 플러스라고 불리는 미국의 최상위 명문 대학도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구성원 숫자를 기준으로 보면, 하버드 대학은 대학원의 규모가 훨씬 더 큽니다. 하버드 대학의 대학원은 순수 학문 분야 중심인 문리대학원(Graduate School of Arts and Sciences)과 공학대학원(School of Engineering & Applied Sciences)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문대학원(의학, 치의학, 보건, 법학, 경영, 정책, 디자인, 신학,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른 대학 학부, 예컨대 주립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위를 받은 경우도 모두 하버드 대학의 동문으로 인정되지만, 하버드 대학의 핵심은 매년 2,000명 정도의 학생을 선발하는 하버드 대학 학부(Harvard College)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 학부를 미국의 전통적인 지배 계층인 “앵글로색슨계 개신교도 백인(White Anglo-Saxon Protestant, WASP)” 중에서도 잘난 체하는 ”속물(snob)”의 집합소라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미국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하버드 대학보다 예일 대학이 훨씬 더 좋은 대학이라고 생각하는 미국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립대학인 하버드 대학은 세계적인 명성과 재단의 엄청난 기금만큼이나 장점이 많은 대학입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가르쳤던 벤저민 슈워츠(Benjamin Schwartz)는 하버드 대학 학부 재학 시절 가난 때문에 기숙사비를 낼 수 없어서 보스턴 시의 동부에 있는 집에서 통학했습니다. 하버드 야드에 있는 건물 계단에 앉아 집에서 싸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면서 서구 지성사에 천착했던 슈워츠는 제2차 세계 대전이 터지자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부대에 배치되었고,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공부하여 8개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하버드 대학의 문리대학원에 입학한 슈워츠는 처음에는 중국 불교를 공부하려고 했지만, 지도 교수인 존 킹 페어뱅크의 만류로 중국 현대 정치사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중국 공산주의와 마오 쩌둥의 등장(Chinese Communism and the Rise of Mao)”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슈워츠는 하버드 대학의 르로이 윌리엄스 역사와 정부 담당 석좌교수를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부강을 찾아서: 엄복과 서양(In Search of Wealth and Power: Yen Fu and the West)”과 ”중국 고대 사상의 세계(The World of Thoughts in Ancient China)”를 출간하여 하버드 대학을 세계적인 중국학(sinology)의 중심지로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서 보스턴 시의 빈민가에서 자란 슈워츠가 “학자들의 학자(the scholars’ scholar)”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본인의 능력과 성실 때문이었지만, 하버드 대학이라는 환경적 요인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가난과 유대계라는 이중의 질곡에 처했지만, 슈워츠는 대학 입학의 보증 수표라고 할 수 있는 보스턴 라틴어 학교(Boston Latin School)를 졸업했고, 장학금으로 하버드 대학 학부에서 공부했습니다.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을 다룰 때 항상 “다른 측면에서는(on the other hand)”을 강조했던 슈워츠의 학문 정신은 자신의 경험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하버드 대학 학부의 교육 철학이기도 합니다. 물론 슈워츠 같은 사례가 흔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하버드 대학이 다양성을 추구해온 것만은 사실입니다.
하버드 대학 학부는 ”자유 학예(liberal arts)와 과학(sciences)을 통해 미국 사회를 위해 시민과 시민 지도자를 교육한다“는 사명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유 학예는 인문학(humanities)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 학부는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학문적 관심과 신앙과 정치적 견해와 출신 지역과 가정 환경과 인종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2013년 하버드 대학 학부 입학 전형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기 때문에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공정한 입학을 지지하는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 SFFA)”이라는 단체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단체는 입학 전형에서 인종적 다양성보다는 경제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023년 6월 29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입학 전형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미국 헌법 수정 조항 제14조에서 보장하는 평등한 보호 조항(equal protection clause)을 위반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하버드 대학은 위에서 언급한 SFFA가 제기한 일련의 소송에서 학부 입학 전형 절차와 기준을 공개했고, 아래에 소개하는 내용은 모두 하버드 대학이 공개한 문서에 근거한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이 공개한 입학 전형 절차와 기준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숙지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국립 교육 통계 센터(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20년 미국 내 중등학교(secondary and high schools)는 27,155개교입니다. 이 중에서 공립중등학교는 23,529개교이고, 사립중등학교는 3,626개교입니다. 둘째로 2022년 클래스(2022년에 졸업할 신입생들, 한국식으로는 2018학번)의 경우, 아이비 리그 8개 대학의 지원자는 306,909명이었고, 최종 합격자는 21,856명이었습니다.
아이비 리그 8개 대학에 스탠퍼드 대학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더한 아이비 플러스와 시카고 대학과 존스 홉킨스 대학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등 미국 최상위권 명문 대학의 입학 정원을 모두 합치면, 대강 30,000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미국 밖에서 미국의 명문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를 대략 3,000개교로 간주하면, 30,000여 개의 중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미국의 최상위 명문 대학에 지원한다고 어림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계 3만여 개의 중등학교에서 수석 졸업(summa cum laude)한 학생들이 우수한 SAT 성적으로 받고 미국의 최상위 명문 대학에 입학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산술적으로 간단하게 전개되면, 고맙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GPA와 SAT에만 전념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하버드 대학 학부의 2019년 클래스(2019년에 졸업할 신입생들, 한국식으로는 2015학번)에 지원한 37,305명의 학생 중에서 8,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4.0만점에 4.0이라는 완벽한 GPA를 받았고, 대략 2,700명의 학생들이 SAT 언어 영역에서 800점 만점을 받았고, 대략 3,400명의 학생들이 SAT 수학 영역에서 800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990명의 학생들이 하버드 대학 학부의 입학허가서를 받았습니다.
물론 SAT 언어 영역과 수학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서 1600점 만점을 받은 학생들의 숫자는 훨씬 더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완벽한 GPA와 SAT 성적이 하버드 대학 학부의 입학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아이비 플러스와 나아가 미국의 최상위 명문 대학에서는 완벽한 GPA와 SAT 성적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단지 참고만 할 뿐입니다.
아프리카의 고등학교에서도 수석 졸업을 하기는 어렵고, 시골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은 학생은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더라도 처음에는 다소 고전할 수 있지만 곧바로 성적을 향상시킵니다. 문제는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만 우수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차석 졸업(magna cum laude)한 학생 역시 수석 졸업생 못지 않게 우수하고, 우등 졸업(cum laude, honors student)한 학생 역시 수석과 차석 졸업생 못지 않은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아이비 플러스를 포함한 미국의 최상위 명문 대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수석 졸업이냐 차석 졸업이냐 우등 졸업이냐가 아니라, 우수한 학생들 중에서 성장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학생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SAT 성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600점 만점을 받은 것은 매우 칭찬할만한 대단한 성취이지만, 출제자와 생각이 똑같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기성 세대나 기존 질서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이 혁신과 변혁을 가져오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SAT 1590점이나 1580점을 받은 학생이 영어 실력도 우수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과 판단을 바탕으로 문제를 푼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을 포함한 각급 학교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문제는 물론이고, SAT와 AP 역시 종종 복수정답이나 정답이 없는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제 오류라기보다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 동안 저와 함께 공부하여 SAT 1600점 만점을 받은 학생은 3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제가 SAT 만점에 집착하여 학생들에게 만점을 독려했다면, 적어도 그 10배인 30명의 학생이 SAT 1600점 만점을 받았을 것입니다. 저는 함께 공부하는 학생의 영어 실력이 SAT 수준을 넘었을 때 아무 때고 SAT에 응시하도록 권했고, 학생에게도 출제 의도나 정답이 무엇일지 고민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풀고 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이 SAT 1590점이나 1580점을 받았습니다. 가끔씩 SAT 1570점이나 1560점을 받은 학생은 제 판단과 달리 아직 영어 실력이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SAT 성적이 나온 이후에 각별히 영어 실력 향상에 신경 쓰도록 당부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석 졸업이 의미가 없다거나 SAT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닙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수석 졸업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수석 졸업이 힘들면 차석 졸업을, 차석 졸업이 어려우면 우등 졸업을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당연히 SAT 수준보다 더욱 높은 영어 실력을 쌓아 SAT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합니다. 동시에 GPA와 SAT 성적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확보한 유일한 2장의 카드라면, 적어도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아이비 플러스에 지원했을 때는 카드가 1장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하버드 대학은 어떤 절차와 기준에 따라 입학 전형을 실시하고, 어떤 학생을 선발하는 것일까요? 하버드 대학 학부 입학처에는 70명의 직원이 있고, 그 중에서 40명이 입학사정관(admissions officer)입니다. 먼저 하버드 대학 학부 입학사정관들은 매년 대략 10만 명의 우수한 학생들의 명단을 작성하여 하버드 대학 학부에 지원하도록 권고합니다. 이러한 “탐색 명단(search list)”이 어떻게 작성되는지는 하버드 대학이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확실히 모릅니다. 공개된 문서에서는 하버드 대학이 College Board와 ACT Inc.에 비용을 지불하고 SAT와 ACT 응시생의 명부를 확보하여 탐색 명단을 작성한다고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공부한 학생들 중에는 SAT와 ACT에 응시하기 전에도 탐색 명단에 오른 경우도 많았습니다. 에세이 경시 대회나 ISEF(Intern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 Fair)나 각종 올림피아드 수상자도 탐색 명단에 포함되겠지만, 하버드 대학이 공식적으로 특정한 경시 대회 수상자를 탐색 명단에 넣는다고 밝히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음으로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버드 대학 동문 인터뷰(alumni interview)나 입학사정관 인터뷰(staff interview)를 실시합니다. 하버드 대학은 미국과 전세계에 살고 있는 1만 명이 넘는 동문을 통해서 동문 인터뷰를 실시합니다. 아울러 하버드 대학 입학처가 특별한 관심을 갖는 학생은 입학사정관이 직접 인터뷰를 합니다. 저와 함께 공부한 학생들 중에서 입학사정관 인터뷰를 한 학생들은 모두 하버드 대학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았지만, 하버드 대학이 공개한 문서에서는 합격률이 50%라고 나와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지원자의 성격, 지적 호기심, 개성, 지능, 세계관, 재능은 물론, 개인적이고 사회경제적인 환경이라는 맥락에서 지원자가 이룩한 성취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인터뷰 자료는 입학 전형의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됩니다.
지원자가 제출한 모든 서류와 자료는 지역별로 분류되어 1차 독회(first read)를 거치고, 1차 독회에서 통과되면 2차 독회(second read)와 교수진 검토(faculty review)를 거쳐 심사합니다. 지원자가 제출한 학술 논문과 예술 작품은 입학사정관이 아니라 하버드 대학 교수진이 직접 검토합니다. 2차 독회 다음에 소위원회 회의(subcommittee meetings)와 전체위원회 회의(committee meetings)를 거친 다음 최종적으로 입학 허가 여부가 결정됩니다. 1년에 대략 4만 명의 학생이 지원하고, 이중에서 2,000명 정도의 학생을 선발합니다.
1차 독회와 2차 독회에서 평가되는 분야는 (1) 학구적 평가(academic rating), (2) 비교과 평가(extracurricular rating), (3) 체육 평가(athletic rating), (4) 인성 평가(personal rating), (5) 추천 평가(school support rating)입니다. 각 분야마다 1등급에서 4등급까지 등급이 부여되고, 5등급과 6등급은 약점이 있거나 특별한 상황일 때 부여됩니다. 예컨대, 가정 환경으로 비교과 활동을 할 수 없었던 학생에게는 6등급을 부여하고 다른 분야의 평가를 고려하여 입학 허가 여부를 결정합니다. 한 분야의 평가만으로 입학 허가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고, 5개 분야 등급의 평균으로 입학 허가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을 계량화하여 한 줄로 세우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 사회와는 달리 유럽과 미국에서는 여전히 정량적 평가보다는 정성적 평가를 신뢰합니다.
학구적 평가에서 1등급을 받는 지원자는 매년 100여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1등급을 받은 100여명의 지원자 중에서 대략 60여명의 지원자가 입학허가서를 받고, 40여명의 지원자는 입학허가서를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대략 10,000여명의 지원자가 2등급을 받고, 이 중에서 1,200여명의 지원자가 입학허가서를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10,000여명의 지원자가 3등급을 받고, 이 중에서 400여명의 지원자가 입학허가서를 받습니다. 3,000여명의 지원자가 4등급을 받고, 이 중에서 30명 미만이 입학허가서를 받습니다. 1,000여명의 지원자가 5등급을 받고, 이 중에서 0~2명이 입학허가서를 받습니다.
학구적 평가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하버드 대학 학부의 각 전공 과정을 수석으로 마칠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학생들입니다. 각종 국제 에세이 경시 대회에서 대상을 받거나 ISEF에서 분야별 금상을 수상하거나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수상한 경우에 1등급을 받습니다. 물론 제출한 논문이나 예술 작품이 하버드 대학 교수진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에도 1등급을 받습니다. 그리고 국내 에세이 경시 대회나 국내 올림피아드 등에서 수상을 한 경우에 2등급을 받습니다. 1등급을 받은 지원자는 특정 분야에서는 탁월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지만, 2등급을 받은 지원자는 GPA와 SAT 성적도 매우 우수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3등급을 받은 지원자도 특정 고등학교나 지역에서는 가장 뛰어난 학생입니다.
결국 하버드 대학 학부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으려면, 학구적 평가에서 안정적으로 2+등급이나 2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2등급과 3등급에는 상대적인 강점을 의미하는 ”+“와 상대적인 약점을 의미하는 ”-“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 공부 이외에 자신의 장점이나 특기로 내세울 수 있는 분야를 깊게 파고들 필요가 있습니다. 라틴어를 열심히 공부하여 라틴어 경시대회에 참여해도 좋고, 에세이 대회나 철학 올림피아드(IPO)나 ISEF에 참여해도 좋고, 학술 논문을 작성해도 좋고,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어도 좋습니다. 대학 입학에 도움이 될지 여부를 고려하기 보다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 충실하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길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짬을 내서 그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 바랍니다.
비교과 평가에서 1등급을 받는 지원자는 매년 80여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중에서 대략 40명이 입학허가서를 받고, 40명은 입학허가서를 받지 못합니다. 2등급을 받는 지원자는 6,000여명이고, 이 중에서 1,000여명이 입학허가서를 받습니다. 3등급을 받는 지원자는 17,000여명이고, 이 중에서 700여명이 입학허가서를 받습니다. 4등급을 받는 지원자는 1,000여명이고, 이 중에서 50명 미만이 입학허가서를 받습니다. 5등급을 받는 지원자는 200여명이고, 이 중에서 10여명이 입학허가서를 받습니다.
비교과 평가에서 1등급을 받는 지원자는 전국 규모의 성취나 전문적인 경험을 한 학생들입니다. 예컨대,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악장(concert master)이나 수석 연주자(principal player)를 맡아 전국 규모의 학생 오케스트라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거나, 전문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한 경험이 있는 경우입니다. 2등급을 받는 지원자는 학생회장이나 학교 신문의 편집장이나 학교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동하거나 지역에서 봉사 활동을 포함한 여러 활동을 하여 인정받은 학생들입니다. 별다른 특징은 없지만, 오랫동안 비교과활동을 한 지원자는 3등급을 받습니다.
비교과 평가에서도 안정적으로 2+등급이나 2등급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회, 오케스트라, 합창부, 미술부, 사진부, 봉사부, 신문부 등 어디에서든지 3~4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구성원으로서 힘을 합치면서 협동심을 배우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학년 때는 지역 사회에 참여하지 못했더라도 고학년이 되면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여러 활동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활동이 미미했던 동아리를 활성화시킨 경험은 인생의 소중한 추억이자 자산이고, 비교과 평가에서 2+등급을 받을 수 있는 길입니다.
체육 평가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하버드 대학의 스포츠 팀 코치가 탐내는 선수이거나 올림픽 경기나 국제 경기 대회나 국내 경기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3~4년간 교내 스포츠 팀에서 활동한 지원자가 2등급을 받고, 주장(captain)으로 활약하면서 주(state) 대회에서 성과를 거둔 경우 2+등급을 받습니다. 적극적으로 교내 스포츠 팀에서 활동하면서 지역 단위의 대회에 참가한 지원자는 3등급을 받습니다.
체육 평가에서도 안정적으로 2+등급이나 2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스포츠는 체력을 향상시키고, 학업과 사춘기의 스트레스를 풀고, 우정을 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규칙에 승복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팀 스포츠는 항상 팀원 전체의 지혜를 모아 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최고의 사회화 경험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운동장이나 코트를 누빈 경험은 남은 평생 계속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고, 스포츠는 삶의 활력소이자 재미입니다.
인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는 지원자는 매년 10명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7명이 입학허가서를 받고, 3명이 입학허가서를 받지 못합니다. 5,000명의 지원자가 2등급을 받고, 이 중에서 1,300여명의 지원자가 입학허가서를 받습니다. 20,000명의 지원자가 3등급을 받고, 이 중에서 500명 미만의 지원자가 입학허가서를 받습니다. 100여명의 지원자가 4등급을 받고, 10명 미만의 지원자가 5등급을 받습니다. 인성 평가에서 4등급과 5등급을 받은 지원자는 입학허가서를 받지 못합니다.
하버드 대학은 극복할 수 없어 보이는 인생의 곤경에 직면하여 엄청난 용기를 보여주거나 주변 사람들을 이끌거나 고무시키는데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거나 타인에게 남다른 관심이나 공감을 보여준 지원자가 1등급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강력한 지도력을 보여주거나 나이에 비해 성숙하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흔치 않은 진실함과 이타심과 겸손을 보여주거나 강력한 회복력을 소유한 지원자가 2등급을 받습니다. 지도력과 헌신과 훌륭한 판단력과 적극적인 시민 의식을 보여주거나 투지와 동료애를 실천한 지원자가 3등급을 받습니다.
인성 평가에서도 안정적으로 2+등급이나 2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인성 평가에서 3등급을 받으면, 다른 분야에서 모두 2+등급이나 2등급을 받아도 입학허가서를 받기 어렵습니다. 현재 한국과 중국에서는 전통적인 가치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과 중국을 지배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물신화입니다. 한국과 중국 사회에서는 아무도 학생들에게 정직하게 살면서 타인을 도우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직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에 가라고만 말합니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과 미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소중하게 유지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좋은 연설은 인성(ethos)과 감성(pathos)과 논리(logos)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청중이 연설자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연설이 신뢰성(credibility)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청중에서 신뢰를 주는 연설자의 인성은 오랫동안 쌓인 습관(habit)으로 형성됩니다. 감성 역시 연설자가 청중의 고통(pathos)에 감정이입(empathy)하여 공감(sympathy)을 불러일으킬 때 작동합니다.
예컨대,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무슨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일시적으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아무리 불리하더라도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진실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기 자신과 부모님과 미래의 배우자에게는 진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을 하면 안됩니다. 정직도 습관입니다. 정직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으면, 학생들이 쓴 에세이나 글 속에서 자연스럽게 거짓말이나 부정직이 드러납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공감 역시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쓴 에세이나 글 속에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의 추천서에서도 드러납니다.
추천 평가는 학교 선생님의 추천서에 대한 등급입니다. 학교 선생님의 추천서에 “교사 경력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the best of a career)”이나 ”수 년간 가장 뛰어난 학생(one of the best in many years)” 같은 남다른 지지가 표현되어 있는 지원자가 1등급을 받습니다. “최고 중의 한 명(one of the best)”이나 ”올해 가장 뛰어난 학생(the best this year)” 같은 강력한 지지가 추천서에 들어 있는 지원자가 2등급을 받습니다. 평균 이상이거나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지지를 받은 지원자가 3등급을 받습니다.
추천 평가 역시 안정적으로 2+등급이나 2등급을 받아야 하고, 가능하면 1등급을 받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은 부모님 다음으로 이 글을 읽는 학생 여러분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는 어른입니다. 간혹 “꼰대” 같은 학교 선생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분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보면 예전의 열정과 소신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어른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먼저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을 상대로 어른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연습을 해보기 바랍니다.
어른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정직해야 합니다. 어른은 인생의 선배이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학생 여러분이 겪는 모든 과정을 이미 겪었습니다. 따라서 어떤 이유 때문에 학창 시절 거짓말을 하는지도 대충 알고 있습니다. 불리하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고 항상 정직하면,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은 물론 주변 모든 어른과 친구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사람, 즉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지하게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을 하면, 모든 사람은 그 사람을 돕고 싶어 합니다. 항상 정직하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면, 이 글을 읽는 학생 여러분도 어떻게든 돕고 싶을 것입니다.
학생이라는 한자어는 “배우는 생명(學生)”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적어도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동안은 사는 이유가 배움에 있어야 합니다. 16년이라는 긴 시간을 부모님과 사회의 보호를 받으면서 배움을 추구할 수 있는 학생이라는 타이틀은 예나 지금이나 엄청난 특권입니다. 특권은 누리지만, 그 특권의 연원인 배움의 의무에 게으른 것은 모순입니다. 삶에서 모순은 온갖 불협화음을 낳습니다. 순수하고 진지하게 배움을 추구하는 것은 학생의 본분이고, 인간 활동 중에서 배움처럼 즐겁고 기쁜 것은 없습니다. 배움을 통해 매일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것은 인생 최고의 행복이자 보람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배움을 추구하는 사람을 돕고 싶어 합니다. 배움에 충실한 학생은 현재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미래의 희망이니까요.
하버드 대학 학부에서 입학허가서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버드 대학 학부의 합격률은 100명이 지원하면 3명만 합격하는 3%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하버드 대학 입학처에서 지금까지 하버드 대학 정문에 특정 학생에게는 입학허가서를 주지 않겠다는 공고문을 게시한 적도 없습니다. 실패해도 좋으니 도전해보기 바랍니다. 인간은 도전을 멈추고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늙기 시작합니다. 도전하는 한 인간은 영원히 젊습니다. 이 글을 읽는 학생 여러분이 영원히 젊게 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