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공략법 (1) - 개요
29 Nov 2016이 세상 모든 것이 유행을 타듯이 미국 대학의 입학 자격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SAT(Scholastic Aptitude Test or Scholastic Assessment Test)도 세월에 따라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특히 2015학년도부터 새로운 형태의 SAT(Redesigned SAT)가 도입되었습니다. 이전 SAT와 가장 큰 차이점은 (1) 5지선다형에서 4지선다형으로 바뀌었고, (2) 오답에 대한 감점이 사라졌으며, (3) 2016학년도부터 에세이(Essay)가 선택으로 바뀐 것입니다.
새로운 SAT는 (1) 읽기 시험(Reading Test), (2) 쓰기와 언어 시험(Writing and Language Test), (3) 수학 시험 – 계산기 사용 불가(Math Test – No Calculator), (4) 수학 시험 – 계산기 사용 가능(Math Test – Calculator) 의 네 개의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증거에 기반한 읽기와 쓰기(Evidence-based Reading and Writing)라 부르는 (1)과 (2)를 합쳐 800점 만점이고, (3)과 (4)의 수학 시험도 800점 만점입니다. 새로운 SAT는 총 1600점 만점이고, 따로 신청한 학생들만 응시하는 에세이 성적은 6점부터 24점까지입니다.
1. 읽기 시험(Reading Test)
읽기 시험은 52문제를 65분 동안 풀어야 합니다. SAT가 전통적으로 애호했던 문장 완성(sentence completion) 문제가 빠지고, 앞 문제의 정답이 텍스트 어느 곳에 근거하는가를 바로 다음 문제에서 물어보는 형태의 문제가 새롭게 도입되었습니다. 2005학년도부터 SAT에서 사라진 유비(analogy) 문제와 함께 문장 완성 문제가 빠지면서 어휘에 대한 압박감이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어휘력을 점검하는데 주안점을 둔 문장 완성 문제는 기존의 비판적으로 읽기(Critical Reading)에서 잃은 점수를 보충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물론 문장 완성 문제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대체로 가볍게 문장 완성 문제를 풀면서 뒤에 이어지는 비판적으로 읽기 문제를 준비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오로지 텍스트에 대한 정확한 읽기로 성적이 결정되는 새로운 SAT가 학생들로부터 다소 어려워졌다는 평을 듣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읽기 시험은 (1) 글의 요지, (2) 글의 전개 방식, (3) 내용 파악, (4) 어구의 의미, (5) 단락의 목적을 묻는 전통적인 독해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읽기 시험과 쓰기와 언어 시험의 두 영역을 합쳐 “증거에 기반한 읽기와 쓰기(Evidence-based Reading and Writing)”라는 소제목을 붙일 정도로 바로 다음 문제에서 앞 문제에 대해 특정한 정답을 고른 근거(증거)가 무엇인지 묻는 문제가 많이 나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근거나 증거를 묻는 문제를 개발한 것은 무척 잘 한 일이라고 SAT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College Board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할 때마다 항상 질문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그렇게 대답하는 근거가 텍스트 어디에 있느냐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문제를 풀 때 항상 그 문제에 대해 특정한 답을 고른 근거를 각 문제 별로 색을 구분하여 텍스트에 밑줄을 치라고 당부합니다.
이런 식으로 근거나 증거를 따지는 습성이 바로 “과학적 태도(scientific attitude)”입니다. 암의 치료법이나 소립자의 구조를 밝히는 거창한 주제가 과학의 본령이 아니라, 꼼꼼하고 정확하게 텍스트를 분석하여 이해하고 항상 자신의 분석과 이해를 떠받치는 근거나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과학의 핵심입니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이 SAT를 공부하면서 영어 실력의 향상뿐만 아니라 과학적 태도도 익힐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읽기 시험의 지문은 문학(주로 소설), 인문학, 여성주의(feminism), 사회과학, 자연과학, 미국 역사 초창기 작품 등에서 발췌되고, 총 6개의 지문으로 5개의 문제군을 만듭니다. 6개의 지문 중 2개의 지문은 1개의 문제군을 만듭니다. 2개의 지문을 이어서 제시하면서 두 지문을 연결한 문제, 대표적으로 두 지문의 상관 관계를 묻는 문제를 출제합니다. 또한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지문에는 도표나 그래프를 제시하고, 도표나 그래프를 해석하는 문제와 지문 내용과 연관시킨 문제를 출제합니다.
대체로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에서 발췌한 지문은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는 편이지만, 문학과 여성주의와 미국 역사 초창기 작품에서 발췌한 지문은 어휘 수준도 높고 문학 작품에서 주로 사용하는 문장 형태가 나오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어려워합니다. SAT 자체가 ACT(American College Testing)와는 달리 학생들이 “문학적인 영어(literary English)”를 이해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시험으로 개발되고 발전되어 온 까닭에 이러한 경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SAT 읽기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多讀) 많이 생각하는(多商量) 방식으로 공부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공부 방식이 지름길을 놓아두고 우회하는 지극히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크게 지혜로운 것은 크게 어리석어 보인다(大賢若愚)”는 노자(老子)의 말이 가장 잘 적용되는 분야가 바로 공부입니다. 그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SAT 1600점이라는 쑥스러운 성적이 나옵니다.
2. 쓰기와 언어 시험(Writing and Language Test)
쓰기와 언어 시험은 44문제를 35분 동안 풀어야 합니다. 기존의 SAT 쓰기 영역(Writing Section)은 한 문장을 놓고 틀린 곳을 찾거나 빈 칸에 들어갈 알맞은 구나 절을 찾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SAT에서는 300~400 단어로 된 4개의 지문을 제시하고, 지문 곳곳에서 문제를 출제합니다. 특히 도표나 그래프를 포함한 지문이 나오고, 도표나 그래프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문제를 새롭게 도입하였습니다.
(1) 단어나 어구에 밑줄을 긋고 더 나은 표현을 찾는 문제, (2) 제시된 정보나 문장을 추가해도 좋은지 또 왜 그런지를 묻는 문제, (3) 어느 곳에 제시된 문장을 집어 넣는 것이 좋은가를 묻는 문제, (4) 밑줄 친 두 문장을 한 문장으로 합치는 문제, (5) 보기 중에서 어떤 어구나 문장을 더하면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 (6) 문단이나 문장의 순서를 바로잡는 문제, (7) 도표나 그래프를 제시하고 그에 따라 지문을 수정하는 문제 등이 주로 출제됩니다.
단순히 문법적 지식만을 가지고 쓰기와 언어 시험에 도전하면 의외로 성적이 낮게 나옵니다. 문법에 대한 지식보다 영어로 글을 쓸 때 유의해야 할 일반적인 주의 사항을 숙지하고, 영어로 글을 써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영어로 글을 쓰고 나면 반드시 스스로 수정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수정을 부탁해서 퇴고(推敲)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수정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이 쓴 글이나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수정해보면, 작문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영어로 글을 쓸 때 학생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쓰기와 언어 시험의 문제입니다. 읽기 시험도 마찬가지이지만, 쓰기와 언어 시험을 준비할 때는 특히나 스터디 그룹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영어로 글을 쓸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을 습득하기 위해서도 자신의 글은 물론 다른 사람의 글을 수정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3. 수학 시험 – 계산기 사용 불가(Math Test – No Calculator)
계산기를 사용할 수 없는 수학 시험은 20문제를 25분 동안 풀어야 합니다. 여전히 간단한 대수학과 기하학 문제도 나오지만, 도표나 그래프나 그림을 사용한 문제도 나옵니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유행하는 문장으로 된 수학 문제(“수학문장제[數學文章題]”라는 어려운 말을 씁니다)도 꽤 나옵니다. 글로 된 수학 문제를 보고 SAT 수학 시험이 어려워졌다고 엄살을 부리는 학생들도 있지만, 여전히 성적은 잘 나옵니다. 마지막에 5개의 주관식(grid-in) 문제가 나옵니다.
4. 수학 시험 – 계산기 사용 가능(Math Test – Calculator)
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수학 시험은 38문제를 55분 동안 풀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초보적인 대수학과 기하학 문제, 도표나 그래프나 그림을 이용한 문제, 글로 된 수학 문제 등이 출제되고, 마지막에 8개의 주관식 문제가 나옵니다. SAT 수학 시험은 여전히 대부분의 학생들이 800점이나 790점 정도의 성적을 받는 영역이지만, 방심하지 말고 수학 용어를 정확하게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SAT 수학 시험에서 점수를 잃는 것보다 억울한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5. 에세이(Essay)
에세이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의 명문 대학에서 필수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서울대나 연세대나 고려대 같은 우리나라 대학도 마찬가지여서 재외국민 특별전형의 경우에도 에세이 성적을 제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에세이는 대체로 연설문이나 논설문을 지문으로 제시하고, 글쓴이가 청중이나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했는지를 분석하도록 요구합니다.
에세이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주어진 지문에서 글쓴이가 (1) 주장을 펼치기 위해 어떤 증거를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2) 생각을 전개하고 주장과 근거를 연결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추론하였는지, (3)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어떤 문체나 설득적인 요소(단어 선택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것)를 활용하는지를 분석하는 글을 써야 합니다. 한마디로 주어진 텍스트의 논리(logic)와 수사(rhetoric)를 분석하는 글 을 써야 합니다.
이런 식의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논리와 수사에 관한 서양 문명의 전통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고대 헬라스와 로마 시대부터 시민 법정에서 변론을 하는 연설가가 어떤 식으로 연설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논설을 써야 하는지에 관한 기법(technique)이 오랫동안 축적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전통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글을 썼다가는 생각보다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서양 문명의 논리와 수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제가 쓴 “영어로 글 잘 쓰는 법 (1) – 논리란 무엇인가”와 “영어로 글 잘 쓰는 법 (2) – 수사란 무엇인가”를 참조하기 바랍니다.
학생들이 에세이는 (1) 읽기(reading), (2) 분석(analysis), (3) 쓰기(writing) 로 나누어 채점합니다. 각각 두 명이 채점하여 한 사람이 4점에서 1점까지 성적을 매기고, 두 명의 채점관에게 세 영역 모두 만점을 받으면 총 24점이 됩니다. 하지만, College Board에서는 세 영역의 점수를 합산하지는 않고 각 영역별 점수만을 제공합니다. 즉 읽기 8점/분석 8점/쓰기 8점이면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것이고, 읽기 2점/분석 2점/쓰기 2점이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학생들 모두가 SAT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을 떨쳐버리고 부지런히 공부하기 바랍니다. 부지런히 공부하다 보면 SAT 성적은 향상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정상까지 이르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좀 더 자세히 분석하면서 SAT 영역 별로 공부 방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